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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큰 것은 작게, 작은 것은 크게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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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세 교수의 사진 잘 찍는 법 중의 하나가 '큰 것은 작게, 작은 것은 크게 보라'는 것이다. 끝도 없이 펼쳐진 대평원, 그랜드캐니언 같은 깊이를 알 수 없는 계곡 등을 사진에 담으려면 조물주의 시각을 가지고 그 대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조물주의 시각에서 보면 그것들은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한 송이 아름다운 장미꽃을 담기 위하여는 벌의 입장에서 그 대상을 바라보아야 한다. 벌의 입장에서 보면 그 꽃은 거대하고 웅장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재판도 마찬가지다. 언론의 주목을 받고 파급 효과가 큰 사건들은 멀리서 보아야 올바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멀리서 봐야 그 사건의 윤곽이 보이고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너무 지엽적인 문제에 집착하다 보면 큰 줄기를 놓쳐버리거나 상식에 맞지 않는 판단을 할 수도 있다. 반면에 소액이나 고정 사건들은 상대적으로 작은 사건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사건들은 현미경으로 꽃을 보듯 자세히 보아야 한다. 이런 사건일수록 서민들의 고민과 아픔이 직결되어 있다. 서민 입장에서는 그 사건은 매우 중요하고 큰 사건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로 있을 때 우리나라 최대의 국책사업에 대한 취소사건을 담당한 적이 있다. 재판을 할 때마다 시민단체와 관련 공무원들, 기자들로 법정이 꽉 채워졌다. 2년에 걸쳐 그 재판을 하면서 몸무게가 3㎏ 정도 빠졌다. 그 사건이 항상 머리에서 떠나지 아니하고 잠을 설칠 때가 많았다. 한참 고민하고 있을 때 대법원에서 4년간 모셨던 김형선 전 대법관님이 점심을 사주시면서 “강 부장, 큰 사건은 작게 보고, 작은 사건은 크게 보라”며 사건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멀리서 객관적으로 보라고 격려해 주셨는데 그 말씀이 큰 위로가 되었다. 그 이후로 이 마음을 품고 재판에 임하고 있다. 지금도 언론에서 크게 다루고 있는 사건을 맡아 재판하고 있는 판사들을 볼 때마다 안쓰럽고 격려해 주고 싶다.

큰 사건이든 작은 사건이든 모든 사건은 다 중요하다. 당사자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 잘 들어 주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것이 판사의 소명인 동시에 책무라고 생각한다.

강영호 원로법관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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