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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 입법에 관한 제언

헌법재판소는 지난 6월 28일 병역의 종류를 현역, 예비역, 보충역, 병역준비역, 전시근로역으로 분류하여 규정한 병역법 제5조 제1항(병역종류조항)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이들을 형사처벌로 내모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과 침해 최소성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국회로서는 이제 선택의 여지없이 대체복무제를 입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는 바, 대체복무를 하게 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범위, 심사방법과 기준, 대체복무의 기간 등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우선 병역법을 개정하여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하여는 병역을 면제하는 규정을 두고, 대체복무에 관하여는 별도의 입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번 헌재 결정(2011헌바379 등)에서 문제가 된 ‘여호와의 증인’ 신도들은 단순히 집총만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직·간접의 병력형성과 군 작전명령에 대한 복종·협력뿐만 아니라, 군사훈련 및 군사업무지원을 거부하고, 군과 관련된 조직의 지휘를 받거나 감독을 받는 민간영역에서의 복무도 거부하고 있다. 대체복무자와 대체복무의 내용을 병역법에 규정하는 경우 이제는 양심적 대체복무 거부의 소용돌이가 일어날 수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경우 종교적 양심에 의한 병역거부만 인정할 것인지 더 나아가 정치적 양심도 포함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미국의 병역법은 종교적 훈육과 신념(religious training and belief)에 의한 병역거부만을 인정하고, 정치적·사회적·철학적 신념이나 개인의 도덕적 신조는 병역면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연방대법원도 정치적 신념 등에 의한 병역거부는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종교적 양심은 신앙의 생활화와 결합되어 개인의 인격과 분리할 수 없는 반면에 정치적 신념 등은 국방의무를 면제할 만큼 강렬하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한편 독일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이유로 한 병역면제 사유를 종교적 양심에 한정하지 않고 있다.


대체복무의 기간을 군복무기간보다 지나치게 장기로 한다면 헌법상의 기본권인 평등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현재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 중에는 그 기간을 군복무에 비하여 50% 정도까지 가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징벌적 대체복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군복무와 대체복무의 강도, 현역입영의 경우 가족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기간을 조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 독일의 경우 대체복무제 도입 초기에는 그 기간을 군복무기간에 비하여 장기로 하였으나, 이후에는 모병제를 채택해 대체복무제를 폐지할 때까지 복무기간에 차등을 두지 않았다.



그간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하여 많은 논쟁이 있었고 그 찬반양론 모두 합리적 근거가 있지만,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나온 이상 이제는 병역법 개정과 대체복무제 입법에 관하여 모든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방안이 도출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