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서초포럼

노인의 나라에 노인법과 인권은 없다

146186.jpg

올해 폭염으로 숨진 사람의 평균 연령은 66.17세, 가장 많이 쓰러진 장소는 논밭이라고 한다. 재난의 희생자들은 주로 가난한 노인들이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이 가장 높다. 노인자살률은 OECD 평균의 3배가 넘는다. 노인에 대한 혐오는 커지고, 차별과 배제는 심각해지고 있다. 시설뿐 아니라 가정에서의 노인학대도 늘고 있다. 실은 노인만의 타운을 만들거나 노인을 시설에 보내는 것 자체가 인권친화적이지 않다. 노인 교통사고 비율도 가장 높다. 저상버스는 아직 태부족이라 계단버스를 타는 노인은 눈총의 대상이 된다. 노인의 느린 걸음을 이 사회는 참지 못한다. 집에 있지 왜 돌아 다니냐며 눈총을 받는다. 노인의 일할 권리를 이야기하면 청년실업도 심각한데 무슨 한가한 소리냐는 답이 돌아온다. 


한국은 작년에 노인비중이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불과 17년 만에 7%에서 14%를 넘었다(프랑스 115년, 미국 73년, 독일 40년, 일본 24년). 최근 통계는 더욱 걱정스럽다. 생산연령인구(15~64살)가 처음으로 감소했고, 올 2분기 출산율은 0.97명을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세계에서 유일한 0점대 출산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초고령사회(노인 20% 이상)도 눈앞에 닥친 ‘노인의 나라’에 노인인권은 없다. 노인인권을 위해 일하는 변호사도 찾기 어렵다. 노인인권을 옹호하고 노인학대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인보호전문기관(중앙 1곳, 지방 31곳)에 상근변호사가 없다. 대한변호사협회 노인법률지원위원회는 2007년경 구성되었다가 지금은 조직도에서 사라졌다. 구글에서 노인 법률상담을 검색하면 ‘노인을 위한 법률지원사업’이라는 팸플릿이 먼저 검색된다. 미국 오레곤주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노인을 위해 만든 팸플릿이다. 한국에도 없는 한국어로 된 노인 법률지원이라니!

이 나라에는 노인법도 없다. 노인법을 전공하는 법학자를 본 일이 있는가(사회복지학자들뿐이다). 부자 노인을 대상으로 법률서비스를 하는 변호사도 없다. 미국은 전국노인법변호사협회(National Academy of Elder Law Attorneys) 소속 변호사가 4000명 이상이고, 다른 수천명의 변호사들이 자신의 업무분야와 연관된 노인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도 상당한 변호사들이 고령자를 위한 법률서비스를 한다.

2000년에는 9명의 젊은이가 노인 1명을 부양했다. 그런데 2020년에는 4명, 2040년에는 2명의 젊은이가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연금은 고갈되고 경제가 휘청거릴 것은 자명하다. 노인의 일할 권리는 청년의 권리와 충돌될 것 같지만 결국 청년의 짐을 더는 일이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지금은 침을 뱉지만 결국 자신의 문제가 된다. 고령사회에 들어선 우리에게 노인법과 인권은 사회를 무너뜨리지 않게 하는 최소한의 장치이다.

임성택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리걸에듀

관련 법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