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법조광장

법원과 검찰의 신청사 이전 문제

146064.jpg

최근 몇 년간 법원과 검찰의 신청사 이전이 계속되고 있다. 기존 청사의 공간이 부족하여 별관을 계속 증축하다가 결국 별관 증축공간이 어려워지면 도시 외곽에 새로운 부지를 마련하여 검찰과 법원이 함께 이전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그런데 검찰과 법원이 항상 같이 이전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어느 지역의 법원과 검찰이 공간이 부족해지면 법원은 그 자리에 그대로 남고 검찰만 새로운 부지를 물색해 이전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금년 3월 천안지원과 천안지청이 신안동에서 청당동으로 이전했다. 옛 부지와 건물은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상태가 됐고, 주위의 상가들은 심각한 매출감소를 감수해야 하고, 옛 청사 부지의 활용이 제대로 안 될 경우 위 지역이 황폐화될 수 있다. 전주지법과 전주지검도 이전을 앞두고 있는데 기존 부지의 활용 문제, 기존 지역의 황폐화를 막을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진주지원과 진주지청 역시 4년 전에 신안동으로 이전하였는데 상대동의 구 청사는 4년째 방치되어 주변 지역의 공동화와 상권 몰락이 심각하다.

 

이런 문제들은 검찰청만 새로운 부지로 이전하고 법원은 그대로 두며, 남은 검찰청사를 법원이 활용하면 말끔히 해결할 수 있다. 그럴 경우 검찰청을 위한 부지와 건물만 새로 구하면 되므로 법원과 검찰 모두를 이전할 경우에 비해 막대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기존 부지의 법원청사 건물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검찰 이전으로 남은 검찰청사를 법원의 용도에 맞게 리모델링하거나 철거 후 새로 건물을 지으면 된다. 그러면 기존 청사 인근의 상권도 그대로 유지가 된다. 

 

법원이 이전하게 되면 법원 근처에 자리 잡고 있던 변호사 및 법무사사무실, 신용정보회사, 식당, 인쇄 도장업체 등 관련 업체들이 신청사 근처로 이사를 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기존 사무실의 원상복구와 새 사무실의 인테리어 비용 등이 사무실 별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 필요하다. 이전하는 사무실이 적게는 수십개, 많게는 수백개에 달하므로 위 사무실들의 이전에 소요되는 비용 역시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며, 그 과정에서 관련 종사자들이 겪는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수원지법이 이전하면 수원본원 관내 변호사 433명이, 대구지법이 이전하면 관내 변호사 438명이 각기 사무실을 이전해야 한다. 검찰청사가 도시 외곽으로 이전해도 변호사나 법무사사무실이 검찰청을 따라 이전하는 일은 없다. 변호사나 법무사들은 법원에 출입할 일이 많을 뿐이지 검찰청에 출입할 일은 드물다. 일반 시민들 역시 법원에 가야하는 경우에 비해 검찰청에 갈 일은 매우 드물다. 

 

또한 법원과 검찰이 한꺼번에 이전할 경우 상당히 큰 규모의 용지가 필요하며, 기존 도심에서는 그에 맞는 부지를 마련할 수 없어 부득이 먼 도시 외곽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시민들의 접근성이 매우 떨어진다. 여주지원은 도심에서 다리 건너 외곽으로, 천안의 신청사도 남동쪽 끝자락으로, 울산도 서쪽 끝자락으로 각 이전했고, 서산도 시내와 동떨어진 곳으로 이전했다. 서울북부지법도 시 경계선 부근으로 이전했고, 청주도 남동쪽 끝단으로 이전하여 시민들의 접근성이 매우 나빠졌다. 이런 문제들 역시 법원은 기존 청사 부지에 남기고 검찰만 새 부지를 물색해 이전하면 모두 해결될 수 있다. 비유를 하자면 마치 두 형제가 나란히 땅을 사서 사업을 하는데 둘 다 사업이 잘 돼서 땅과 건물이 부족해지자 두 형제는 기존 땅과 공장을 다 팔고 둘이 같이 새로운 부지를 찾아 이전을 해서 새로 공장을 짓고 사업을 하는 격인데 이는 매우 비경제적이며 비용 낭비가 심하게 된다. 이런 경우 형제 중 한 사람이 다른 곳으로 이전을 하고 그가 남기고 간 부지와 건물을 남아 있는 사람이 사용하는 것이 현명함은 말할 것도 없다. 

 

과거부터 법원과 검찰은 한 울타리 내에 건물을 짓고 업무를 보았으나 그렇게 할 필요성은 적다. 검찰은 법무부 외청이고, 법원은 사법부 소속으로, 두 기관이 한 울타리 내에 나란히 있는 것은 삼권분립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검찰은 법원이 진행하는 재판 중 형사재판의 한 당사자일 뿐이며, 민사, 가사, 행정 등의 사건에는 관여가 많지 않다. 2016년 전국 법원의 1심 사건은 1870만5340건인데 형사사건은 본안사건 27만6074건을 포함해 164만4804건으로 접수된 사건 중 8.79%에 불과하다. 법원은 검찰의 기소나 영장청구 등을 재판하는 위치에 있을 뿐이며 두 기관이 업무에 있어 긴밀히 협력하거나 인적, 물적 교류를 하는 관계가 아니다. 재판의 한 당사자인 검찰과 재판기관인 법원이 나란히 한 울타리 내에 있는 것은 국민 정서나 법감정상 부합하지 않는다. 법원의 판사와 직원들이 바로 옆의 검찰청사에 업무와 관련해 들어갈 일도 거의 없다. 법원과 검찰이 서로 떨어져 있어도 검찰의 공판 담당 검사나 일부 직원들만 업무상 법원에 가면 될 뿐이다. 검찰은 수사기관으로서 기밀유지가 중요한데, 일반 민원인이 수도 없이 출입하는 법원과 한 울타리 내에 있는 것은 수사기관으로서의 성격에도 적합하지 않다. 

 

법원과 검찰이 같이 자리할 경우 부지를 정확히 반으로 나누어 두 기관이 사용하다 보니 한 기관이 건물을 증축이나 신축하고 싶어도 다른 기관이 사용하는 용지를 고려하여 신축이나 증축의 어려움이 많이 발생한다. 한 부지를 법원이나 검찰이 독자적으로 사용한다면 그 부지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신청사로 이전한다고 해도 건물 부족 문제는 다시 발생하게 된다. 2008년 외곽으로 이전한 청주지법은 지금 또다시 공간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일본 도쿄 지요다구(區)에 위치한 관청가에는 합동청사 여러 개에 중앙부처들이 입주해 있는데 중앙합동청사 제6호관 A동에는 법무성, 최고검찰청, 도쿄고검, 도쿄지검, 공안조사청 등이 입주해 있고, 재판소합동청사에는 도쿄고등재판소, 도쿄지방재판소 등이 입주해 있다. 최고재판소는 국회 옆에 있고, 고등재판소나 최고검찰청과는 1km 떨어져 있다. 오사카시는 지검과 지방재판소가1.3km 떨어져 있고, 교토지검은 교토부청, 교토부 경찰본부 인근에 있고, 교토지방재판소와 1.1km 이상 떨어져 있다.

 

현재 수원, 대구, 전주시가 법원과 검찰청 이전을 준비하고 있고, 앞으로도 많은 법원과 검찰이 신청사를 지어 도시 외곽으로 이전을 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검찰청만 새로운 부지로 이전하고, 법원은 검찰이 남긴 건물을 리모델링하거나 부지에 건물을 신축하여 활용하도록 하여 예산낭비를 막고, 일반 시민이 법원에 계속하여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변호사들과 법무사들이 기존 사무실을 옮기지 않아도 되었으면 한다.

 

최규호 변호사(서울회)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