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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소통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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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제국 황제는 이른바 천명(天命)을 받아 군림하는 전제군주는 아니었다. 그는 시민에게서 권력을 위임받은 로마군의 총사령관이자, 제1시민이자, 시민을 보호하는 호민관이었을 뿐이다. 로마의 오현제 중 한 명인 하드리아누스의 일화는 이를 잘 보여준다. 하드리아누스는 어느 날 신전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급히 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여인이 그를 불러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다. 여인이 청원하려 하자 하드리아누스는 급한 일이 있어 다음에 듣겠다고 그냥 지나치려 했다. 그러나 그는 여인의 한 마디를 듣자 발걸음을 돌려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 당신은 통치할 권리가 없습니다.” 로마 황제의 모든 권력은 시민에게서 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 하겠다. 

 

로마 황제조차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여야 하는 것이 의무일진대, 국민주권주의에 근거한 정부가 국민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법제처도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2011년부터 사회 각 분야의 현장 경험과 전문 지식을 가진 전문가들을 국민법제관으로 위촉하고 있다. 현장 의견을 참고하여 정부의 법령안을 심사하기 위함이다.

 

국민법제관의 의견은 새로운 관점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시초가 되기도 한다. 최근 ‘자동차관리법’이 개정돼서 자율주행자동차를 시험·연구 목적으로 운행하려는 사람은 안전한 운행을 위해 국토교통부장관에게 차량운행에 관한 정보 등을 보고하게 되었다. 법제처 심사과정에서는 특정 정보, 특히 보험가입정보가 보고대상 정보가 되어야 하는지가 쟁점이 되었다. 보험가입정보는 일견 차량운행에 관한 정보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심사에 참여한 교통분야 전문가는 새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다른 차량 운행자의 관점에서는 보험가입정보를 통해 차량운행에 관한 정보를 간접적인 확인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의견을 바탕으로 보험가입정보도 포함하는 것으로 심사가 마무리되었다.

 

또한 국민법제관을 통해 집행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되기도 한다. ‘개발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개발부담금을 산정할 때에는 개발행위 종료시점의 표준지의 지가가 기준이 된다. 개발부담금 산정한 다음에는 부과 전에 원칙적으로 감정평가업자의 검증을 거치되 예외적인 경우에는 검증을 생략할 수 있다. 법제처 심사에서 쟁점은 예외적인 경우로 ‘최근 5년 이내 개발부담금을 부과한 유사사례가 있는 경우’를 인정할지 여부였다. 심사에는 감정평가사이자 토지공법 전문가인 한 국민법제관이 참여했다. 그는 위와 같은 예외 인정에 반대했다. 최근 5년 이내 유사사례가 발생한 토지가 종료시점 지가 산정의 기준이 되는 표준지로 지정될 확률은 희박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사사례가 발생했다는 이유만으로 검증을 생략한다면 개발부담금 납부의무자로서는 적절한 검증을 받을 기회를 놓쳐버리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실무를 집행하는 현장에서만 나올 수 있는 의견이었다. 법제처는 해당 의견을 받아들여 5년 이내 유사사례가 있더라도 종료시점 지가를 산정할 때에는 감정평가업자의 검증을 받도록 심사했다.

 

국민이 주권을 가진 나라에서 국민 의견을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정의롭고 타당한 정책을 만들기 위한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국민의 목소리는 행정가들은 알기 어려운 새로운 관점과 현장지식에 바탕을 둔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법제처는 입법과정에서 국민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또 세심히 듣기 위해 국민법제관을 비롯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민과 소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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