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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아리송한 나라 걱정

145947.jpg‘이러다 나라가 망하면 어쩌나.’ 행정사건의 결론을 고민할 때 많이 떠오르는 생각이다. 위조 여권으로 입국한 전력이 있는 사람을, 그 이후의 사정을 고려해 국민의 한 사람으로 받아들이면서 한편으론 잘못된 풍토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진 않을지 걱정이 된다. 다발성 경화증처럼 희귀하고 발병 원인도 불분명한 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면서는 자칫 기업 환경, 나아가 국가 경제가 어려워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고개를 드는 것이 사실이다. 하물며 엄청난 세금이 투입된 국책 사업에 관한 사건인 경우에야 굳이 말할 필요도 없겠다. 이런 걱정에 무게가 실린 판결은 때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실 ‘나랏일’을 다루는 법원에서 나라 걱정을 하는 건 당연한 일이긴 하다. 매 사건 개인의 가치와 국가의 가치가 충돌하는데 어느 한쪽에 치우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가’ 자체에 대한 걱정이라기보다는 생각이 다른, 또 하나의 ‘개인’에 대한 걱정인 경우가 많으니 소홀히 할 일도 아니다. 외국인의 국적 문제는 그 옆집에 사는 사람에게는 삶의 문제이고, 국책 사업의 중단은 그 사업 종사자들의 일자리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나라 걱정은 여러 소중한 가치들 사이의 갈등을 풀기 위한 고민인 셈이다. 판사로서 느끼는 어려움은 솔직히 언제, 얼마나, 어떻게 걱정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데 있다. 

 

행정재판이 시작된 지 30년, 서울행정법원이 문을 연 지 20년이 되었다. 그간 사회는 복잡해졌고 구성원은 다양해졌다. 고려하여야 할 가치는 더 다양해졌고 그 사이의 갈등은 깊어졌다. 이제는 그 갈등을 잘 매조지 할 방법에 대해서도 깊이 연구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갈등의 법적 의미는 무엇인지, 언제 풀어야 할지, 누가 어떻게 푸는 게 좋을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면 좋겠다. 조만간 서울행정법원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큰 판을 마련하는 모양이다. 스무 살의 행정법원이 아리송하기만 한 나라 걱정하는 법을 찾고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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