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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년시대

인공지능(AI)과 법률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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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변호사 독점권의 예외를 두는 변호사법 개정안이 발의된다고 한다. 간단한 법률문서를 인공지능(AI)이 작성해주고 대가를 받는 ‘리걸테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이다. 대법원 역시 ‘스마트법원 4.0’이라는 이름의 차세대 전자소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내 상황과 유사한 판결문을 검색하고, 인공지능이 손쉽게 소장을 작성해준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흐름을 보다보면, ‘머지않은 미래에 공상과학소설에나 가능해보이던 AI 변호사가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마저 든다. 


기술은 대체로 인간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준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시도하는 것은 권장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법률서비스에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법률서비스는 개인이 겪고 있는 분쟁에 대한 종국적 판단의 기초가 되며, 사회 규범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인공지능기술은 법률서비스 제공에 접목될 수 있을까? 있다면, 어느 정도의 수준이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우선 인공지능의 특징과 발전 수준을 이해해야한다. 


인공지능은 사물을 인식하고 구별하며, 언어를 번역할 수 있고, 운전과 대화 등 인간만이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작업을 수행해내고 있다. 인공지능이 이와 같은 능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학습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학습능력은 인간의 그것과 다르다. 인간은 그저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직관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갖추었지만, 인공지능은 지도학습(supervised learning),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 등의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 기계학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보의 축적이다. 쉽게 말하자면, 인공지능은 강아지를 몇 번 보고 ‘강아지’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수백, 수천만장의 강아지 자료를 인식하면서 강아지의 특성을 축적하여 앞의 사물을 판단하는 것이다. 혹자는 이러한 인공지능의 학습능력에 대하여, 아직 인공지능은 지식(knowledge)을 가지고 있지만 이해(understanding)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했다고도 한다. 


이와 같은 인공지능의 특징을 고려할 때, 인공지능이 법률서비스에 접목되기 가장 적합한 영역은 다양한 케이스를 검색하고 찾아 주는 것이다(물론 법원이 각종 판결문을 공개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만약 인공지능 검색엔진이 도입된다면 당사자와 대리인이 소송을 수행함에 있어 매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인공지능이 법률문서를 생성하거나 소송 진행을 돕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 간단한 법률문서를 전제로 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인간의 분쟁, 아니 인간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어느 정도 합리성을 이해하지만, 많은 순간 비합리적인 선택을 한다. 소송을 수행하다보면, 증거서류가 명백해서 어렵지 않을 것 같던 소송이었지만 상당히 복잡한 사실관계가 숨겨져 있어 애를 먹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당사자들이 감정적으로는 이해되지만, 논리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이와 같은 복잡한 인간의 의사결정 구조를 인공지능이 학습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법률서비스는 자동화가 될 수 없다. 


또한 인공지능이 제공한 법률서비스로 인해 당사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가 전무한 것도 문제이다. 이와 같은 경우 인공지능 기술을 제공한 소프트웨어사와 리걸테크 서비스를 제공한 회사 중 누가 책임을 지는지, 그 법적책임의 성격은 무엇인지 전혀 논의된 바 없다. 결국 ‘저렴한 법률서비스’를 찾을 수밖에 없었던 국민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변호사법 개정안은 비용절감의 관점에서만 법률서비스를 바라보았다는 점에서 성급한 법안 발의로 판단된다. 리걸테크를 통해 수익을 얻는 기업이 있다는 사실은 숨긴 채 말이다. 이제라도 변호사들이 제공하는 법률서비스에 인공지능이 어떤 이바지를 할 수 있는지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신하나 변호사(법무법인 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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