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취재수첩

[취재수첩] 날개접은 '코리안드림'

145881.jpg

세계 20위권의 미국계 글로벌 로펌인 심슨대처(Simpson Thacher & Bartlett)가 올해 안으로 서울사무소의 문을 닫고 철수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본보 단독 보도에 국내외 로펌업계가 모두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본보 2018년 8월 16일자 1,3면 참고> 한·미,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등에 따라 2012년부터 국내 법률시장의 빗장이 단계적으로 풀린 이래 6년만에 벌어진 첫 외국로펌의 철수 소식이기 때문이다. 


외국로펌들은 지금까지 저마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시장 선점을 위해 앞다퉈 우리나라에 진출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진출한 로펌만 28개사에 이르는데, 대부분이 세계 100대 로펌에 랭크된 글로벌 영·미 로펌들이다. 외국로펌들은 6년 전 법률시장 개방 첫날 '한국 진출 1호'라는 타이틀을 따기 위해 새벽부터 주무부서인 법무부 앞에 줄을 섰다. 특히 우리 교포 출신 변호사를 대거 한국사무소 대표로 내세우는 친근감 마케팅까지 벌이며 자신들이 한국 법률시장을 발전·성장시키는 데 함께 할 동반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6년만에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국내외 로펌들은 심슨대처의 철수 소식을 접하고 "그토록 매력적으로 보였던 한국 법률시장이 이젠 떠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척박한 땅이 되었다는 점을 방증한다"며 안타까움과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외국로펌 한국사무소 대표들 사이에서는 최근 "한국 경제규모에 비춰볼 때 28개의 외국로펌이 진출한 것은 공급 과잉이 아닌가", "한국에 사무소를 두지 않은 외국로펌들까지 덤핑을 하며 수임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한국에 사무소를 둘 이유가 있는가", "비용과 수익 측면에서 볼 때 한국에 사무소를 직접 두는 것보다 예전처럼 홍콩 등 인접국가에 있는 사무소에서 한국 업무를 담당하게 하는 것이 이득일 수 있다", "조만간 철수하는 외국로펌이 더 나올 수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우리 법조계에도 이로울 리 없다. 정체기에 접어든 법률시장은 안으로의 경쟁만 치열해져, 법률서비스 산업의 글로벌화나 청년변호사의 해외 진출 같은 정책적 명제들을 추진할 동력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


물론 상황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연간 매출액 100억원 이상의 외국로펌 수도 매년 1개사 정도는 꾸준히 늘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서비스 시장을 성장시켜 우리로펌뿐만 아니라 외국로펌들도 '코리안 드림'을 실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