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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판과 법관에 대한 비난, 금도를 벗어났다

최근 법원의 재판 결과와 법관 개인에 대한 비난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혐의 등으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1심 무죄 판결과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공모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 이후 이런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오로지 자신의 신념과 다르다거나 자신의 이해관계에 어긋난다는 이유만으로 재판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사례가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소셜미디어의 확산과 어우러져 증폭되는 모양새다.


작년 초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청구가 기각되자, 담당 판사를 비난하는 글과 함께 해당 판사가 삼성 장학생 출신이라느니, 있지도 않은 아들이 곧 삼성에 취업할 예정이라는 등의 가짜 뉴스가 인터넷을 떠돌았다. 작년 말에 김관진 전 국방부장관이 구속적부심으로 석방됐을 때에는 담당 판사를 적폐 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글이 인터넷에 도배되고, 판사직에서 해임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최근 판결이 선고된 이른바 홍대 몰카 사건을 두고도 일부 네티즌들이 양형인자가 전혀 다른 사례를 가지고 판결 결과가 편향됐다며 재판부를 비난하는 글들을 올렸다. 더욱 심각한 것은 법관 개인이나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패륜적 게시글들도 횡행한다는 것이다. 결국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이 선고되면 판결을 폄훼하고 법관을 모욕하는 것이 일상화되는 지경에까지 이른 것이다. 판사들이 형사재판부를 기피하는 경향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는데, 이와 같은 무분별한 재판 비난, 법관 비난의 현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정치권에도 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자기들의 당리당략을 위해 사법부 비난에 가담하고 있다. 영장재판이나 형사재판 결과에 따라 여야가 번갈아 가며 사법부 비판에 목소리를 높인다. 이미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판결이 확정되고 형기까지 마친 한명숙 전 총리 사건을 놓고도 재판이 잘못됐다느니 하는 말들이 서슴없이 오갔다. 정치인들이 입으로는 사법부의 독립, 법치주의의 확립을 외치면서도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의도로 법원 비난에 나서는 것은 명백한 이율배반이다. 


사법부의 독립은 여론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하는 것이다. 도를 넘어선 비판은 재판을 하는 법관들을 위축시키고, 결국에는 법관들이 여론에 휘둘려 소수자 인권보호라는 본연의 기능을 발취하지 못하게 한다. 사회 갈등의 최후 조정자, 인권의 최후 보루가 돼야 하는 사법부가 정치적 계산의 도구나 감정의 배설구로 전락한다면 더 이상 이를 두고 사법부라 할 수 없다. 


최근 재판거래 의혹 수사와 관련하여 법원에 대한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그래서 사법부 독립을 지키기 위한 법원 스스로의 노력이 예전보다 더욱 절실한 때다. 그러나 사법부의 독립은 법원의 노력만으로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들을 포함한 국민 모두가 뒷받침 해줘야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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