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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No Means No, Yes Means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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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법원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 대한 업무상위력에 의한 간음 등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하였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유력정치인이며, 도지사로서의 지위와 권한 등에 비추어 위력은 존재하나, 그가 위력을 행사하여 간음 등의 행위를 하였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안 전 지사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것과 관련하여 여성계를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18일에는 ‘법원이 미투 운동을 위축시키고 있고, 안희정이 무죄면 법원이 유죄’라며 이번 판결을 비난하는 대규모 집회가 개최되기도 하였다. 앞으로 2심에서 어떠한 판단이 나올지 알 수 없으나, 이번 판결을 계기로 현행법상 강간의 개념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1심 재판부는 상대방이 부동의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성관계로 나아간 경우(No means No), 또는 상대방의 명시적이고 적극적인 동의의사가 없음에도 성관계로 나아가 경우(Yes means Yes) 강간의 성립을 인정하는 체계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정책의 문제라고 언급하였다. 확실히 현행법은 강간죄의 성립을 위하여는 폭행이나 협박 등을 요구하고 있고, 대법원은 강간죄의 성립을 위한 폭행·협박은 피해자의 반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해석하고 있어 현행법 하에서는 강간죄의 성립이 상당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국회에는 강간죄에 있어서의 폭행, 협박의 정도를 완화시키는 내용의 법안들이 발의되어 있으나, ‘No means No’, 또는 ‘Yes means Yes’ Rule까지는 나아가지 않고 있는 듯하다. 성적 자기결정권 측면에서 보면 원하지 않는 성관계는 그 자체로 강간의 범주에 포섭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경우에 '원하지 않았다, 원하였다', 즉 ‘No, Yes’에 대하여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No, Yes’가 문제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두 사람만의 관계에서 이루어진 상황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쪽은 “No라고 했다”고 할 것이고, 다른 쪽은 “No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할 것이다. 한 쪽은 “Yes라고 한 적이 없다”고 할 것이고 다른 쪽은 “Yes라고 했다”고 할 것이다. 블랙박스도, 목격자도 없는 교통사고에서 서로 상대방이 신호위반을 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가해자가 아님에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임에도 피해자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입법적 규율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No means No’, 또는 ‘Yes means Yes’ Rule이 적용되기 위하여는 사회구성원들이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기본의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할 것이 요구된다. 우리 사회가 아직 그 정도에 이르지 못하였다면 사회구성원들의 인식과 행동의 변화가 먼저이거나 최소한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입법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또 다른 논란 만을 낳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민적 의사수렴과 논의를 거쳐 바람직한 입법적 규율과 함께 그에 맞는 도덕과 문화도 정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No는 No이고 Yes는 Yes인 것은 맞는 이야기이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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