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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심판법의 개혁을 위한 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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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행정심판법 개혁의 관건

제20대 국회 후반기 첫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행정심판법’의 개정안이 상정되었다. 핵심내용은 국민권익위원회가 관장해온 행정심판기능을 분리시켜 국민권익위원회는 '국가청렴위원회'로 개칭하여 반부패, 청렴을 총괄하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하면서 현재 권익위 부위원장이 맡고 있는 중앙행심 위원장을 법제처장이 맡도록 하였다. 과거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조직법과 행정심판법을 개정(2008. 2.29.)하면서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국가청렴위원회, 국무총리 행정심판위원회를 하나로 통합하여 국민권익위원회가 출범하였다(초대 위원장: 이재오). 10년만에 정반대의 상황이 되었다. 10년의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는 점에서 이런 개편에 대해 비판이 제기될 수 있지만, 현재의 법상황이 과연 전체 행정구제시스템에서 바람직한지, 그리고 10년 전의 개정으로 과연 행정심판이 제 역할을 다하는지 여부에 대해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지나온 10년보다 더 긴 시간이 우리 앞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Ⅱ. 행정일선에서 유리된 현재 체제의 문제점

행정심판의 본질은 권리구제기능에서 전심절차적 의미와 아울러 행정의 자기통제기능에 기인한 행정절차적 의미도 갖는다(이중적 성질). 1994년에 필요전치주의가 폐지되고 예외적으로 그것이 인정됨에 따라서 행정심판의 본질은 종래의 통념화된 전심절차가 아니라, 사후적(제2차적) 행정절차에 더 가깝게 되었다. 당연히 행정의 자기통제기능에 더욱더 비중을 두어야 한다. 왜냐하면 권리구제기능은 행정소송이 활발하면 활발할수록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행정구제는 피해 국민의 개인적 권리회복을 넘어 국가행정의 바른 법집행을 향도하는 점이 민사구제와는 결정적으로 구별된다. 행정사건은 달리 보면 현행 행정법제의 문제상황이기에, 행정심판은 현행법제의 문제점을 광정(匡正)하는 기능도 지닌다. 지난 10년을 보건대 행정심판기관이 행정일선으로부터 유리된 조직이 됨으로써, 공직사회의 특수성으로 인해 행정심판의 핵심인 행정의 자기통제기능은 물론, 제도개선을 위한 피드백의 효과 역시 유명무실하게 되었다. 국무총리소속으로 행정일선에 연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리고 행정심판을 과거처럼 개별 행정청에서 관장하지 않고 하나의 기관에서 관장하도록 할 때, 늘 행정법제 전체를 다루며 아울러 법령해석기능을 하는 법제처가 그 주무를 맡는 것 역시 지극히 당연하면서도 효과적이다. 


Ⅲ. 통합행정심판소 설치의 헌법적 문제점

지금의 권익위원회체제에서 행정심판을 제외한 다름 두 가지 기능이 사정기능과 관련성을 지닌다는 점에서 행정심판기능은 매우 이질적 존재이다. 그리하여 행정심판의 확충을 위해 영국의 행정심판소와 같이 독립된 하나의 기관에 일체의 행정심판기능을 통합시키는 것이 주장되기도 하는데, 이 문제는 전체 행정구제 및 국가 전체 시스템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행정소송과 헌법소송이 헌법상의 사법심사로 확립된 우리의 경우 영국과 같은 통합행정심판소의 설치는 국가통치구조의 변화를 수반한다는 점에서 국가 전체 시스템의 차원에서 심각한 헌법상의 문제를 야기한다. 그간 지속적으로 조세심판과 같은 특별행정심판까지 관장하려는 모색이 있었지만,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하고 좌초된 것은 자연스럽다. 행정심판기관을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하는 것에 대해 기관독립성의 문제를 제기하곤 하는데, 구성과 운영에서의 제도적 장치로 그와 같은 우려는 충분히 메워질 수 있다. 독립성의 문제로 지금의 변화를 저지하는 것은 논증에 있어서 전혀 비례적이지 않다. 

 

Ⅳ. 소속이관을 넘어 발본적인 개혁의 마련

행정심판사건 가운데 필요전치가 강제된 운전면허관련사건이 대부분인 점이 행정심판의 현주소이다. 행정소송과 다른 자신의 특유 기능을 다하기보다는 행정소송을 따라 하기가 지금의 행정심판의 모습이다. 간이하고 편한 권리구제의 모습은 사라지고 소송과 같은 정식절차의 모습만이 남았다. 여기에 최근의 법 개정에서 체계상 의문스러운 조정제도와 간접강제제도까지 도입되었다. 이번 개정을 행정심판위원회의 소속이관의 차원을 넘어 행정심판의 본연의 기능을 다하기 위한 개혁의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비할 수 없게 활발한 공법소송(헌법소송과 행정소송) 존재를 감안하여 차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부당성 심사를 제고하기 위해 행정소송의 원고적격과 구별되게 청구인적격을 규정해야 하고, 행정심판청구기간을 독일처럼 30일정도로 과감하게 축소시킬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시대에 행정의 신속화의 측면에서 현재의 90일은 타당하지 않다. 기간의 축소에 대응하여 집행정지의 원칙이 채택되어야 한다. 법치국가원리에 의해 공법쟁송에서는 집행정지가 원칙이다. 독일연방헌재가 집행정지와 집행부정지가 원칙과 예외의 관계에 놓이며, 만약 이런 관계를 역전시키는 행정실무는 위헌이라고 판시하였다(BVerfGE 35, 382(402). 집행정지의 채택여부가 입법정책이라는 일본식 논의를 하루바삐 버려야 한다. 이번 개정이 소속이관을 넘어 행정구제시스템 전반의 현대화를 추동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김중권 교수(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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