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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관찰주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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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미 E. 허먼이 쓴 ‘우아한 관찰주의자’라는 책에 보면, 9·11 테러를 경험한 클레어 부부 이야기가 나온다. 테러가 발생하기 전후 내내 함께 있었고 테러가 일어나자마자 함께 뉴욕을 떠났음에도, 클레어는 재가 뒤덮인 아파트 창문으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떨어지는 물건에 맞는 모습을 보았다고 기억한 반면, 남편 매트는 칠흑같이 어두워서 창밖이 보이지도 않고 보고 싶지도 않았다고 기억하는 등 두 사람은 당시 상황을 다르게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이도 같고 인종도 같고 사회경제적 계층도 같고 사는 곳도 같은 두 사람이 주어진 상황을 같은 눈으로 보지 않는다면, 고용주와 고용인, 변호사와 검사, 의사와 환자 등 전혀 다른 사람들은 같은 상황을 얼마나 다르게 볼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지각은 여러 요소로 형성되고 우리가 보는 내용도 지각에 의해 형성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만 해도, 의사소통의 오류와 오해가 줄어들어 남들이 내가 보는 대로 보지 않을 때 화가 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법정에서 당사자나 증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같은 장면을 목격하였다는 다수의 사람들 사이의 진술이 서로 다른 것을 종종 보게 된다. 때론 신뢰할 만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진술 중에도 객관적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음을 뒤늦게 발견하기도 한다. 의도적인 거짓말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그들이 가진 지각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얘기를 들을 때, 그들이 살아오면서 형성한 지각을 주목하고 그들의 관점을 인식하는 ‘정확한 관찰’이 필요하고, 그러한 정확한 관찰을 위해서라도 그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저자는 변호사로 일하면서 목격자를 무조건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일인칭 진술의 오류를 직접 경험하였다고 한다. 그런 저자가 얘기하는 ‘정확히 관찰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기술’이 무척 필요한 때인 것 같다. 


‘세상을 비판적인 눈으로 다르게 보기로 선택할 때, 스스로 특출해지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중략) 전에는 보이지 않던 무엇이 보이는가? 당신이 변했다. 당신은 이제 중요한 것을 보고 있다’고 저자는 마무리한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연수중인 변호사들을 보면서, 앞으로 의뢰인과 목격자들을 직접 마주하게 될 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권성수 교수(사법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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