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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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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변 내려와다오. 지금 힘들다. 뜨거운 여름 생일을 함께 술 한잔 할 사람이 없어 외롭다.” 내가 변호사 사무실에서 연수할 때 친분을 쌓은 한 의뢰인이 8월 어느 주말 내게 보낸 문자다. 그 때 나는 다른 지역에 있어 다음 주에 뵙자고 양해를 구했다. 그런데 다음 주 월요일 그는 심장마비로 이 세상을 떠났다. 채권자 취소소송에서 악의의 수익자로 판명받은 의뢰인은 패소 후 전재산이 경매로 넘어간 충격으로 심장마비가 찾아온 듯하다. 소송 중 죽은 또 다른 의뢰인도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육두구 약초를 캐내어 무역업을 하던 강씨. 사기죄로 고소된 그는 자신은 한푼도 사용한 돈이 없고 단지 다른 공범에게 돈을 빌려주는 주선역할을 한 것에 불과하다며 거듭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고소인은 완강했다. 십억원의 돈을 뺏긴 그의 입장도 이해못할 바는 아니다. 소송 중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를 왕래하던 강씨는 췌장암을 발견한 지 3일 만에 주검으로 변해있었다. 때로 재판은 죽음의 문이 되기도 한다. 베니스 상인의 인육재판은 재판 중 겪는 심적 고통을 잘 설명해주기에 두 의뢰인에게 찾아온 죽음의 원인을 알려준다.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기독교인 안토니오에게 돈을 빌려주는 담보물로 살 한 파운드를 요구했다. 파산에 빠진 안토니오. 샤일록 앞에서 자신의 살을 베어낼 처지에 놓인다. 명판사 포샤의 판결은 그를 구해냈다. 살 한 파운드를 베어내되 피한방울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그러나 샤일록의 탄식소리를 들어보자. 그는 평소 유대인을 개처럼 경멸한 안토니오에 대한 증오심으로 불공정 계약서를 작성한 것이란다. 작품은 재판을 움직이는 이면 속에 증오와 보복의 감정이 숨어있음을 갈파하고 있다. 일상 속 갈등의 길은 크게 두 갈래다. 화해로 마무리되거나 재판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그런데 소송은 또 다른 소송을 부르기 마련이다. 재판의 이면에 감정의 문제가 녹아있음을 시사한다. 재판이 악감정을 풀기 위한 수단으로 변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비록 소송의 길을 걷더라도 감정의 종결이 이루어 질 때 최종적인 마무리가 가능할 것이다. 오늘의 재판이 우리 의뢰인들에게 죽음의 초대장이 아닌가 살펴볼 일이다.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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