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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꽃님씨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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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님(본명 김선심. 꽃님은 야학 별칭)씨가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입원했다. 그녀는 머리 아래 사지를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다. 시설에서 살다 2006년부터 자립생활을 시작했다. 그녀가 자립할 수 있는 것은 활동지원제도 덕분이다. 활동지원사가 그녀의 생활을 도와준다. 문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활동지원급여가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일주일 중 3일은 활동지원 없이 혼자서 저녁부터 아침까지 지내야 한다. 꽃님씨는 활동지원이 없는 밤에는 선풍기를 틀지 않는다. 알고 지내던 장애인이 혼자 있던 밤에 전기 과열 화재로 숨진 적이 있어서다. 그녀는 결국 온열병으로 쓰러졌다.


꽃님씨는 대단한 사람이다. 자립생활 10년 후 2천만원을 기부했다. 자린고비라는 소리를 들어가며 수급비 등을 쪼개 매월 20만원씩 모았다. 이 돈은 ‘꽃님기금’이라는 이름으로 탈시설 자립생활운동의 씨앗이 되었다. 그녀와 같은 중증 장애인에게 24시간 활동지원을 하는 것은 무리이며 과도한 부담일까? 그러니 가난한 중증장애인은 결국 시설에 들어가야 하는 것일까? 


2010년경 나는 장애인의 탈시설 자립생활을 위한 공익소송을 제기하였다. 음성꽃동네에 사는 장애인 등이 행정청을 상대로 지역사회 자립을 위한 전환서비스 제공을 청구했다가 거부당했다. 시설은 도가니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인권침해의 장소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사랑과 봉사의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꽃동네는 좋은 시설의 대명사이다. 그런데 왜 원고들은 꽃동네를 나와 지역사회에서 자립하기를 원했을까? 아무리 인권침해가 없다고 해도 시설은 군대 같은 곳이다. 장애가 있고 가난하다는 이유로 그들은 첩첩산중 시골에 격리되었다. 미용실이나 극장에 가는 일, 야식을 먹고 직업을 갖는 일을 꿈꿀 수 없다. 원고 중 한명이었던 박현은 “불쌍한 장애인이 아니라, 평범한 시민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소송 뒤 그는 서울에서 자립을 시작했다. 만날 때마다 머리색을 바꾸고, 야학에서 시를 배우던 환한 얼굴의 그가 재작년 겨울 갑자기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급성폐렴으로 사망한 그의 마지막을 보러 가는 길은 내내 무거웠다.


메르스 사태때 감염이 우려되는 중증장애인에게 보건당국이 자가(自家)격리 조치를 내렸다. 혼자서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장애인에게 자가격리라니! 가족이 목숨을 걸고 챙기거나 그도 어려운 사람은 자비로 입원을 해야 했다. 이들은 지금 국가를 상대로 소송 중이다. 지난 10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꽃님씨와 관련하여 보건복지부, 서울시 등에 긴급구제 권고를 내렸다. 혹서기에 충분한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여 생명과 건강의 심각한 위험에 처한 꽃님씨에게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긴급히 제공하고, 이와 유사한 형편에 처한 다른 중증장애인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다. 장애인이 안전하게 살 환경을 마련하는 것은 사회적 약자 모두를 위한 일이다. 언젠가는 노인이 될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다. 여름이 너무 길다. 


임성택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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