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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난민에 대한 포용적 접근이 필요하다

2018년 6월 13일부터 한 달 동안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하여 난민법 폐지 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71만 명을 넘어 게시판 개설 이래 최고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그 사이 난민법과 제주도의 무사증입국 제도의 폐지를 주장하는 대규모 시위가 전국적으로 발생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지난 1일 난민법 폐지와 유엔 난민조약 탈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난민심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국회에는 난민을 규제하는 법안의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태를 촉발한 것은 금년 초부터 제주도로 몰려들어 난민지위 또는 망명을 신청한 550여명의 예멘 난민이다. 예멘에서는 2015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내전으로 수만명이 사망하고, 800만명이 아사(餓死) 위기에 처해 있으며 200만명이 외국으로 탈출했다. 이들 중 일부가 말레이시아를 거쳐 제주도에 당도한 것이다. 제주도는 관광산업 발전을 위하여 모든 외국인에 대하여 30일간 무비자입국을 허용해 왔다. 예멘 난민의 전체 규모에 비추어볼 때 우리나라로 온 난민의 숫자는 의외로 극소수다. 


우리나라 난민법은 1954년 발효된 유엔 난민협약과 1987년 발효된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근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1992년 시행된 난민협약 가입국 수는 145개국이고, 1995년 시행된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한 국가는 164개국이다. 우리나라 난민법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규범을 조문화한 것에 불과하다. 인구 5000만에 국민총생산(GDP) 세계 10위권 국가가 예멘 난민 500여명의 입국을 둘러싸고 난민법 폐지와 조약 탈퇴를 논한다는 것 자체가 국제적 수치다. 이는 우리나라가 난민보호 의무를 이행할 의지도 없이 국제조약에 가입하고 난민법을 제정했다는 것이 된다.


우리나라는 이번 사건 이전부터 난민 인정에 너무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통계에 의하면, 2017년 9942명이 난민지위를 신청하여 121명만 난민으로 인정되었으니 그 인용률이 1.2%에 불과하다. 이 상황에서 난민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난민법과 난민협약 등을 사문화시키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한국의 난민정책에 관한 외국 언론의 보도는 신랄하다. 한국인 49%가 예멘인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이는 데 반대한다는 것, 중장년층에서보다 20~30대에서 난민인정에 반대하는 비율이 높다는 것, 그 원인은 단일민족의 가치를 중시하는 국수주의적 교육과정에 있다는 것, 한국에서의 이슬람혐오증·외국인혐오증 등이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6·25 전쟁 때 수많은 희생자와 이재민이 발생했고, 전세계 수많은 국가들로부터 무기, 전투병, 의료, 물자 등의 지원을 받아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보전하고 경제재건을 할 수 있었다. 민주화 과정에서도 국제사회의 도움이 컸다. 현재 진행 중인 북한의 비핵화와 인권문제 역시 국제사회가 전면에 나서서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난민에 대한 우리의 태도와 정책은 국제사회로부터 비난 받아 마땅하고, 양식 있는 국민으로서 자괴감이 들 수밖에 없는 일이다. 난민에 대한 보다 포용적인 정책과 국민정서의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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