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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법률정보 번역, 새로운 기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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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 후 미국로펌에 근무할 때 파트너변호사가 ‘지식재산권 사건에서 한국 법원이 외국 기업에 대하여 승소판결을 선고한 사례가 있는지’를 질문하여 이에 대한 리서치를 한 적이 있었다. 그 파트너변호사가 질문하는 뉘앙스가 한국 법원이 한국 기업과 외국 기업 간 분쟁에서 한국 기업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 것 같아서 그렇지 않다는 점을 실제 사례를 들면서 설명하려고 준비를 하였다. 해당 판결문이 영어로 번역된 것이 있다면 그 파트너의 선입견을 깨뜨리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찾아보았으나, 간략한 요지만 번역된 것도 얼마 없었고 판결전문이 번역된 것은 거의 찾기 어려웠다. 대법원 영문 사이트에 번역된 판결문이 게시되어 있어 참고하려고 하였지만, 그 당시 필요한 판결은 번역되지 않아 매우 아쉬웠던 적이 있었다. 


지금은 예전보다 훨씬 많은 법률, 판례, 뉴스 등의 정보(이하 ‘법률정보’)가 영어로 번역되고 있고 그 번역 수준도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그 사이 한국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더 커진 것에 비하면, 번역이 잘 된 자료는 아직도 충분하지 않아 우리의 귀한 법률정보가 외국에 널리 소개되지 못하고 있다. 실무적으로도 많은 외국 기업이나 로펌이 투자나 진출을 위해 한국의 법률과 판결에 관해 궁금해 하지만 대형로펌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한 양질의 번역 자료를 얻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특허법원은 올해 국제재판을 시행하고 외국 기업이 영어로 변론할 수 있게 하였고, 국제중재사건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제재판이나 국제중재를 더 많이 유치하려면 한국의 법률정보가 외국어로 충분히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또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 기업과 계약을 체결할 때 외국 기업이 한국 법률정보를 충분히 인지할 수 없다면 대한민국 법률을 준거법으로 선택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거주하거나 사업을 하는 외국인도 급증하는 추세인 점을 고려한다면 외국인들이 보다 쉽게 우리나라 법률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겠지만, 예컨대 법률신문 등과 같이 법률정보가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되는 플랫폼에서 위키피디아와 같이 다수 이용자가 정보를 생성, 수정,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번역산업의 인프라를 위해서는 민간만으로는 부족하고 정부가 공공사업, 연구지원 등을 통해 적극 투자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언어(최소한 영어)로 번역된 우리 법률정보가 꾸준히 축적된다면 이를 활용하는 법률산업이 발전할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국제법률 관련 기회가 확장될 것이다. 


조정욱 변호사(법무법인 강호)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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