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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떼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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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계 휴정기를 통하여 많은 법조인들이 폭염 속에서 방전된 체력을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쳇바퀴 돌듯이 일정한 일상생활을 벗어나 시원한 계곡이나 바닷가에서 가족들과 보내는 여유로운 시간이야 말로 방전된 휴대폰을 충전해 주는 휴대폰 충전기처럼 우리들에게 남은 한해를 버티게 해줄 수 있는 힘과 체력을 충전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외국의 가수들은 내한공연을 와서 영어도 사용하지 않는 우리나라 관객들이 자신들 노래의 영어가사를 외워서 동시에 떼창을 하는 것을 듣고 감동을 받아 향후 수년간 노래를 만들고 공연할 수 있는 엄청난 동력을 얻어 간다고 한다.

필자 또한 우연히 길을 가다 마주친 동료 법조인들이 그들이 읽은 필자의 칼럼 제목과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앞으로 더 재미있는 칼럼을 부탁한다고 말해주거나, 연락이 없던 연수원 동기나 지인들이 핸드폰 문자로 그날 법률신문에 실린 칼럼을 재미있게 잘 읽었다는 소식을 전해줄 때마다 칼럼을 쓸 때 겪었던 출산의 고통에 버금가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시원하게 사라지고, 좀 더 재미있고 알찬 내용의 칼럼을 작성해야 되겠다는 굳센 다짐을 하게 된다.

지금 각급 법원에서 일하고 있는 개개 판사뿐만 아니라 법원 전체가 너무나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금처럼 법원이 힘들고 어려울 때 “당신이 한 판결이라면 뭔가 이유가 있을 거다, 당신이 그렇게 했다면 분명히 뭔가 심오한 고민과 나름대로 매우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는 진실된 믿음이 담긴 한마디가 밤새 잠을 뒤척이면서 꿈속에서까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사건의 해답을 찾으려고 치열하게 고민하는 일선 법원 판사들에게는 여름휴가 기간 동안 즐긴 잠깐 동안의 휴식보다 훨씬 더 용기를 북돋워 주고, 방전된 그들의 계속 근무의지를 100%까지 재충전해 주는 휴대폰 충전기의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 관객들이 외국 가수들에게 바치는 떼창이 부럽지 않을 만큼, 우리 법원을 향해서 국민들이 법원에서 그렇게 했다면 분명히 뭔가 심오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진심에서 우러난 신뢰를 보여줄 그날이 온다면 일선 법원의 판사들 모두는 섭씨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 겨울에 입는 두껍고 긴 법복을 입은 상태에서도 국민들에 대한 고마움과 자부심에 무더위도 느끼지 못한 채 재판 업무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제발 그날이 오면! 정말 그날이 왔으면!

박영호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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