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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공공변호인 제도(Public Defe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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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7’ 속에서는 수사 담당 경찰관들이 고문을 하기도 하고, 故 박종철 열사의 死因을 숨기려 한다. 이를 밝히려는 자도 등장한다. 


30년이 지난 지금, 수사기관에 의한 인권 침해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줄어든 것이 사실이지만, 완전히 사라졌다고 단정할 수 없다. 비교적 최근인 2011년, 서울 소재 모 경찰서의 소위 ‘날개 꺾기 고문’ 사건 뿐 아니라 작년 12월 및 지난 4월, 모 지방경찰청의 불법 체포 사건 등으로 경찰관 여러 명이 구속되기도 하였다. 물론 수사기관의 연간 체포·구속 인원 25만 여 명 중 이러한 사건은 극히 드문 사례이다. 하지만 이 정도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체포 등 수사 초기단계에서 피의자가 잘 대응하지 못해 재판 과정에서까지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을 것이다.

헌법 제12조 제4항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권리를 당사자에게 알려 주어 스스로 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데에 그쳐 왔는데, 정부는 앞으로 변호인 조력권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쉽게 말해 형사재판, 구속 전 피의자심문 또는 체포·구속적부심 단계에 이르러야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현행 국선변호인 제도를 체포 단계 등에까지 확대하려는, ‘형사 공공변호인 제도 도입’ 논의이다.

물론, 국가 예산으로 변호인 선임료를 지급하는 것이 옳은지, 민간의 경쟁에 의하여 운영되는 변호사 영역에 국가가 개입하면 그 자율성이 침해되는 것은 아닌지 등의 논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시적으로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적절한 변호인 조력권이 제공되면 불법 수사 등의 소지가 사전에 차단되어 인권이 보호됨은 물론, 결과적으로는 국가배상 책임을 줄여 오히려 예산을 절감할 수도 있다. 또한 많은 사건에 변호사가 개입됨으로써, 사회 전반에서 변호사의 역할이 확대되는 것이므로 변호사 단체의 입장에서도 나쁘지만은 않다.

역설적인 이야기이지만, 1987년 봄에 공공변호인 제도가 도입되었다면, 영화 ‘1987’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형사 공공변호인 제도’에 대한 구체적 논의 과정에서, 긍정적이고도 발전적인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박하영 부장검사 (법무부 법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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