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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술취한 피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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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법정에 앉아있노라면 재생음처럼 반복되는 말이 있다. 아마 독자들도 들어 봤을 것이다. “제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 정신을 잃고 실수를 했습니다.” 거의 3명 중 1명은 자신의 혐의를 술 탓으로 돌렸다. 변호인은 술마신 피고인을 변호한다. 판사는 다시 묻는다. "술을 많이 마셨나요. 어느 정도 마셨지요?" 피고인은 술이 범죄와 직결된 상황을 장황하게 설명한다. 


한국법정에서는 심신 미약을 주장해 낮은 형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 듯하다. 이 같은 풍토는 한국사회에 만연한 술 권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각종 회식과 접대에서 술은 결코 빠질 수 없다. 한국인의 삶에 술은 일용할 양식과 같다. 기쁠 때 술을 마시고, 지쳐서 낙담할 때 술을 마신다. 그런데 술은 혼술을 할 때보다 함께 모여 어깨동무하며 마실 때가 더욱 즐겁다. 늘상 술을 마실 때 안주거리는 과거 취중에 있었던 에피소드다. 이처럼 좋은 술이라 하더라도 술을 마시지 않는 이들은 소외시키기도 한다. 상당수 외국인들은 한국의 술문화에 적응하기 어려워 한다. 실제 외국 바이어들은 술을 권하는 접대문화를 완곡하게 거절하기도 한다. 법조인들은 어떤가. 변호사들은 사건 수임을 위해 재판 전날에도 어김없이 술과 마주한다. 또 일설에 의하면 폭탄주의 기원은 검찰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상습범이건 초범이건 술취한 피고인이 자행한 범죄는 선량한 시민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힐 때가 많기에 법조계의 진지한 고민이 요청되는 것이다. 김정운 교수에 의하면 한국인이 술문화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이유는 상대방과 만나 이야기할 거리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같은 지적은 다양한 이야기 문화를 통해 술농도를 낮추고, 범죄율도 감소시킬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갖게 만든다. 그러나 술문화를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 문화는 여전히 부족한 듯하다. 법조계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어떨까. 근래 폭증하는 변호사, 특히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의 변호사들의 발걸음이 그곳을 향하기를 기대해본다. 역설적이지만 술범죄가 ‘원인에서 자유로운 행위’가 아니라 ‘심신미약’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이야기 문화가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박상흠 변호사(부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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