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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피의사실 공표' 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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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정치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3일 투신 사망하면서 피의사실공표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검사 출신이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을 맡고 있는 백혜련 의원은 이날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특검의 피의사실공표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소환통보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혐의 내용이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상세히 흘러나와 실제 조사가 이뤄지기도 전에 범죄사실을 마치 기정사실인 것처럼 확정하고 대상자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줬다는 것이다.


특검은 물론 검찰과 경찰 등 수사기관의 피의사실공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9년 5월 '논두렁 시계'로 대표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때가 대표적이다. 검찰은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자 이듬해인 2010년 1월 법무부 훈령으로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공보준칙'을 만들어 피의사실공표 문제를 근절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만 잠시, 피의사실공표로 대표되는 수사기관의 '혐의 기정사실화', '유죄 여론몰이'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에서도 어김없이 재연됐다. 지난해 8월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 대한 뇌물 제공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전자 전현직 임직원들에 대한 1심 선고 직전 터져나왔던 이른바 '장충기 문자' 논란도 이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사상 유례없는 사법부 수사도 소란스럽다. 재판거래 의혹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 양승태 코트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라지만 시작부터 수사 대상은 사법행정 전반의 적정성 여부로 확대되는 모양새인데다, 하루가 멀다 하고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의혹과 문건 내용이 자세히 보도되고 있다. 해당 문건을 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쓰기 힘든 내용까지 담겨있다. 검찰이 직접 법원이 이런이런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고 설명하고, 특정인을 거론하면서 그 사람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결과 추가적인 재판거래 의혹 내용이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를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수사의 밀행성을 위해 압수수색 사실은 집행 착수 이전에는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누구에 대해 어떤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보안을 유지하는 것이 수사의 기본인데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취임 1주년을 맞는 문무일 검찰총장은 23일 대검 월례간부회의에서 "형사사법절차 전반에 걸쳐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인권을 보호할 수 있는 종합적인 수사준칙을 정립·시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행동으로 보여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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