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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세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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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이사를 하면 퇴거신고와 전입신고를 따로따로 해야 했고, 통장과 반장에게 호구확인을 받아 그 확인지를 붙여 신고하면 약 1주일 후에야 주민등록등본을 발급받을 수 있었다. 등기소에서 등기부등본을 발급받는 것도 여간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동사무소나 등기소 앞에는 어김없이 행정서사와 사법서사의 세로현판이 걸려 있었다. 그것도 한자로.

요즘은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행정사에게 맡긴다고 하면 웃을 일이다. 등기부 발급도 더 이상 법무사에게 의뢰하지 않게 되었다. 정보통신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대조사무가 모두 전자화되었기 때문이다.

절차가 복잡하고 어렵게 설계된 이유는 수행과정에서 실체적 진실에 가까워지고, 반복되는 절차의 양심적 경고로 범죄의사를 포기하게 할 개연성 때문이다.

그러나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여성의 재혼금지기간 규정을 폐지하였듯이,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실체적 진실에 부합되는 기능이 확보되었다면 더 이상 복잡하고 난해한 절차는 불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체제의 향수에 젖어 여전히 견제적 절차를 고집하는 자격사는 반동의 운명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번 달부터 통합전자등기시스템이 가동에 들어갔다. 종전 전자표준양식에 연계체계가 보완되어 원스톱 서비스에 한결 가까워진 것 같다. 이런 추세라면 민간영역까지 자동화서비스에 연동될 가능성이 있다.

우리 법무사들은 보수적 사법행정을 신뢰한 나머지 권력분립의 형식적 경계를 넘는 뉴 거버넌스(new governance)의 신 사법행정의 도래를 대비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대적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것 같다. 성숙한 국민들의 시대적 요청 또한 변화와 혁신을 발목 잡는 우리를 적폐로 볼 것이다.
직업선택의 자유도 불변의 직업을 예상한 것은 아니었고, 우리도 변화된 IT환경에서 그 수혜를 누려왔던 점을 보면 잠깐의 저항은 신 신고 발바닥 긁기다.

사라질 자격사가 되지 않으려면 사라질 절차에 목을 매선 안 된다. 먼 훗날 등기를 법무사에게 맡기던 때가 있었다고 회고할 날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성진 법무사 (울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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