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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버(Belie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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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독전(2018, Believer)’에서 킬링 파트를 꼽으라면, 나는 이거다. “저 못 믿으시잖아요”라는 거대 마약조직의 말단사원 서영락의 질문에 형사 조원호는, “애초부터 너 믿어서 가는 거 아니었어”라며 자신의 주먹에 얼굴을 맞고 쓰러져있는 서영락을 일으켜 세운다. 서영락은 대답한다. “괜찮습니다. 전 팀장님 믿으니까.”

변호사 업무를 하다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내 언행을 뒤돌아 볼 때가 있다. 의뢰인으로부터 이 말을 들었을 때다. “저는 변호사님을 믿어요.” 그럼 미처 어떤 생각을 하기 전 직관적으로 느끼는 것은 ‘내가 의뢰인께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앞으로의 업무 진행 향방에 대한 다소의 불안감이다.

‘믿음’이란 단어는 묘하다. 그 단어가 주는 긍정적 어감에도 불구하고 직접 사용될 때에는 역설적이게도 전제된 불신을 느끼게 된다. 강한 신뢰로 똘똘 뭉친 관계에서는 절대적으로 사용될 일이 없다. 부모와 자식 사이, 금슬 좋은 부부 사이에서 ‘나는 당신을 믿어요’라는 표현은 없다. 그저 켜켜이 쌓이는 다른 모든 말들과 행동들이 믿음을 끊임없이 은은하게 드러내고 있을 뿐이다.

영화 ‘독전’은 마약에 관한 이야기가 아닌, 믿음에 관한 이야기였다. 중국의 한국계 마약상 진하림은 자신이 사업에서 대성한 비결은 바로 모두를 끝까지 의심하고 보기 때문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그렇다면 빌리버가 누구일까. 직설적으로 ‘당신을 믿는다’고 표현하는 서영락일까, 말끝마다 믿음을 강조하는 자칭 이선생 브라이언일까, 그도 아니면 조카처럼 아끼는 마약소녀 수정이를 실수로 잃고, 수사에 집착하며 스스로 이상한 신념 같은 게 생겼다고 말하는 형사 조원호일까.

한편, 자신감(自信感)을 한자어 그대로 풀면 ‘스스로를 믿는 마음’이다. ‘자신감’이 필요할 때는, 자신감이 떨어져있을 때다. 조원호의 믿음에 대한 마지막까지의 조롱이었을까. 아끼는 개 ‘라이카’에게 GPS를 달아 결국 자신을 찾아온 조원호에게 서영락은 묻는다. “팀장님은 스스로를 믿으세요? 근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요?”

조원호와 수정이 사이, 서영락과 농아 남매 사이에서는 ‘믿음’이 사용되지 않는다. 서영락은 남매에게 말한다. “고생들 많았다. 몸 조심해라.”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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