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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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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산업통상자원부 사업재편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경험상 합병은 과잉공급 해소나 구조조정을 위하여 꼭 필요한 제도다. 그런데 이러한 합병이 최근 과잉규제로 인하여 오히려 점점 더 활용하기 어려워져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자본시장법은 상장법인 합병의 경우 합병 가액을 시가로 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시가가 회사 가치를 항상 적정하게 반영하는 것은 아니어서 회사에 이상한 루머가 돌거나 돌발 사고가 발생하면 시가가 회사의 순자산 가치보다 훨씬 하회하기도 한다. 자본시장법은 주주보호를 위해 합병의 결의 요건을 특별결의로 강화하고,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에게는 법원에 적정가치를 정해 달라는 소송을 통해 주식을 현금화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도 인정하고 있다.

이런 주주보호 장치를 갖추고 있음에도 합병 비율을 시가에 고정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빼고는 거의 없다. 합병 비율이 시가에 고정되다 보니, 시가가 회사 가치를 적정하게 반영하지 못한 시기에는 합병 자체가 어렵기도하고 이를 강행하면 많은 잡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반면에 주총특별결의와 주식매수청구권의 제도로 주주 보호 장치를 갖춰놓고, 우리와 같은 방식으로 합병을 허용하는 미국 상법이 합병비율을 자유로이 협상에 의하여 정할 수 있도록 열어 놓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이에 더해 세법은 소멸법인의 최대 주주가 합병기일이 속한 회계연도로부터 2년간 합병으로 받은 주식 50% 이상을 매각하면 적격 합병 사후관리 요건 위반으로 소멸법인 최대주주가 아닌 존속법인에 합병 차익에 대한 세금 폭탄을 투하하고 있다. 결국 합병을 하려면 소멸법인 최대주주에게 위 기간 동안 주식매각을 하지 말고 시세 하락에 대한 위험을 고스란히 부담하라고 해야 하는데, 소멸법인 최대주주가 자기 위험도 아닌데 계열사가 아닌 한 이러한 부탁을 들어줄 리 만무하다.

더욱이 합병 시점 보다 근로자 수가 80% 아래로 떨어지면 또 합병 법인에 적격합병 사후관리 요건 위반으로 세금 폭탄이 떨어진다. 합병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 노조가 “임금을 올려 주지 않으면 21% 직원을 퇴사시켜 회사에 세금 폭탄이 나오게 하겠습니다”라고 하면 회사는 결국 양자 택일의 외통수에 몰린다. 이쯤 되면 합병, 할 수 있으면 한번 해 보십시오 하는 것이 아닐까.

 

김상곤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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