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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변호사의 저녁있는 삶’,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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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을 주당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형사처벌이 6개월 간 유예되기는 하였지만 위반 시 사업주는 형사처벌이 될 수 있어 상시근로자 30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대형로펌들의 경우 대안을 마련하는 데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모 로펌에서 경영진과 어쏘변호사 대표간에 재량근로제 도입에 합의하여 앞으로 다른 로펌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근로기준법 제58조 3항에 근거한 재량근로제는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시행과 관련하여 대형로펌이 취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대안으로 생각되고 있다. 그런데 재량근로제 도입 합의가 이루어진다고 하여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일을 많이 한 변호사든 적게 한 변호사든 동일한 시간(간주근로시간) 일한 것으로 인정되는 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 간주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실제로 일한 시간을 기준으로 급여나 성과급 등을 차등지급하는 경우 실질적으로 근로시간 제한에 위반되는 것은 아닌지, 간주근로시간으로 인하여 실제근로시간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 또 다른 불만이 제기되는 것은 아닌지… 이래 저래 많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당 연장근로시간은 12시간으로 제한되므로 재량근로제 합의가 되더라도 토요일 및 일요일의 경우 어쏘변호사의 근로시간은 최대 12시간으로 제한되는데, 의뢰인의 급한 요청으로 토·일요일에 업무를 할 경우 어쏘변호사의 업무수행 시간이 12시간을 초과하게 되면 업무를 중단시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형사사건의 경우 토·일요일에 수사가 이루어져 변호사가 참여 업무를 수행하다가 12시간을 초과하게 되면 변호인참여를 하지 못하니 수사를 중단해 달라고 하거나, 아니면 다른 변호사로 하여금 이어서 참여업무를 수행하도록 하여야 한다. 금요일에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월요일 또는 화요일에 영장심사를 하게 되는 경우에도 토·일요일의 초과근무 제한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경우 종래 1명의 변호사가 수행하던 업무를 2명이 하거나, 어쏘변호사로 충분하던 업무를 파트너변호사가 직접 맡게 되고, 이로 인해 법률서비스 비용이 증가하는 새로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주 52시간 근로의 취지는 ‘워라밸’, '저녁있는 삶‘이다. 그러나 현실에 존재하는 근로의 형태는 너무나 다양하여 일률적으로 근로시간 제한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 로펌은 '주 5일 무한대의 근로와 이틀의 휴식'이라는 근로형태를 가질 수도 있다. 이를 두고 ’저녁있는 삶‘이 실현되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근로형태를 먼저 이해하고, 그에 맞추어 근로시간 제한의 진정한 취지가 실현되도록 현실적인 여러 방안들을 마련하여 시행하여야 하지, 눈에 보이는 시간 숫자의 제한만으로 그 취지를 구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거대한 착각이다. 합리적이고 현명한 판단과 결정을 통해 로펌에 있어 주 52시간 근로의 취지가 무리없이 구현되었으면 좋겠다.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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