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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육아라는 스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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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가장 많이 참고 일하고 배우며 해내고 있는데. 엄마라는 경력은 왜 스펙 한 줄 되지 않는 걸까”라는 어느 음료 광고 카피가 심금을 울린다. 최근 인사혁신처는 자녀의 순서나 수에 관계없이 육아휴직기간 전부를 경력으로 인정한다는 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을 발표하였다.

종래 공무원임용령은 첫째 자녀에 대한 육아휴직기간은 1년만을, 둘째 자녀 이후부터는 전기간을 승진소요기간에 산입하였고, 법원공무원규칙도 같은 내용을 두고 있었다. 반면 교육공무원법은 2012년부터 자녀 수와 관계없이 육아휴직기간을 모두 근속기간에 포함시켜 왔다. 그러나 법관인사규칙은 법관의 경우 첫째, 둘째 자녀에 대한 육아휴직기간은 그 중 각 1년만을, 셋째 자녀부터는 전기간을 법조경력에 산입하고 있다(13조 2항 4호). 남성 법관의 육아휴직 증가세에 비추어 이는 더 이상 여성 법관만의 문제가 아니다.

법관인사규칙 개정이 가장 늦은 이유는, 첫째, 장기간의 육아휴직으로 실근무경력이 일천한 사람이 일정한 법조경력을 요하는 보직(예컨대 합의부 재판장)을 감당할 수 있는가와, 둘째, 인력수급상황 및 미혼이거나 자녀가 없는 법관, 외벌이 법관과의 형평성 문제가 아닌가 짐작된다.

타기관 파견기간, 행정처 심의관 등 비재판보직 근무기간이나 해외연수, 사법연구기간은 그 내용이 어떻든 법조경력기간에 산입되어 왔다. 재판업무와 직접 연관되지 않더라도 그 경험이 재판역량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여겨왔기 때문일 것이다. 재판도 결국 사람에 관한 것이다. 한 인간을 온전히 키워내는 데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투입되며, 한 인간이 얼마나 경이롭고 개별적인 존재인지 절절히 느끼게 되는 시간만큼 법관으로서 소중한 경험도 없을 것이다. 사람에 대한 이해야말로 법관으로서 가장 갖춰야 할 덕목이 아닐까.

쉼없이 재판업무에 매진하여 왔고 달리 안식의 기회를 가질 방법이 없는 분들이 느끼는 박탈감은 깊이 공감된다. 필자 또한 한번도 육아휴직을 해보지 못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없다. 그러나 이는 자기계발 휴직 등 휴직 사유의 확대, 재임용 연수, 사법연구, 법관충원 및 업무경감 등 다른 제도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어떤 제도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는 이상 무엇에 우선적인 가치를 둘 것인지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한편, 휴직기간 중 소득의 감소는 육아휴직을 꺼리는 사유가 된다. 유급 출산휴가(최초 60일)와 달리 육아휴직 급여는 법률상 사용자의 의무가 아니다. 민간 근로자의 경우, 육아휴직은 남녀고용평등법(약칭)에 따라 사용자에게, 육아휴직 급여는 고용보험법에 따라 직업안정기관의 장에게 신청하여야 한다. 육아휴직 급여와 실업급여는 그 재원(고용보험기금)이 동일하다. 목적이 다른 두 사회보험제도가 하나의 바구니에서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실업급여 지급 재원의 고갈을 우려해서인지 육아휴직 급여는 그 소멸시효기간이 3년임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 기간 만료일로부터 12개월 이내에 신청하여야 한다(고용보험법 제70조 제2항). 이것이 급여의 지급요건인지, 제척기간 규정인지, 아니면 훈시규정에 불과한지에 관하여 하급심 판결은 결론이 갈렸다. 상반된 결론의 하급심판결 여러 건이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숙연 고법판사 (서울고등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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