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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광장

예멘 난민을 보는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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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난민이 논란이다. 제주도에 무비자로 입국하여 난민 신청을 한 예멘인 600여명에 대하여, 언론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기사를 내놓고 있으며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이들에 대하여 설왕설래 중이다. 그 구체적 내용은 동일하지 않지만 청와대 국민청원에서는 30만명이 난민 반대 청원을 했었고, 기사 중에는 잘못된 용어를 사용하며 무책임한 정보를 뿌리거나 독단적인 시민단체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인터뷰한 것도 종종 눈에 뜨인다. 그리고 이러한 부추김은 다시 또 잘못된 인식을 전파하여 인터넷 공간을 난민 포비아로 물들이게 한다.

필자는 4년 전 한 논문을 통하여 ‘당시’ 우리 사회에서 난민에 대한 인식이 희박한 것과 마찬가지로 아직 한국에서의 난민은 그 개념조차 생소하며 사회적 환기를 일으킬만한 요인이 적었고, 일단 난민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와 인정·대우해야 할지와 같은 초창기 단계의 논의를 넘어서서 ① 난민 인정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와 재심사, ② 처우에 있어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 ③ 앞으로의 이민 행정에 있어서 전략적인 관점으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함을 지적한 바 있다. 논문을 작성할 당시만 하여도 이미 난민 ‘신청’에 대한 제도적인 정립이나 법적 개념은 어느 정도 수렴을 거쳤으므로, 이제 그것을 바탕으로 사회·경제학적 논의가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제안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야 살펴보니, 필자의 그러한 생각은 다소 성급했던 것 같다. 난민에 대한 작금의 혼란은 난민 개념에 대한 기본적인 취지조차도 잘 설명되지 않은 점에 근원이 있다고도 보인다.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제정이 있었다지만 그 함의에 대하여 정작 ‘국민’들에게 알리는 기회가 적었고, 법률가들 중에서조차도 난민을 그저 불쌍한 사람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를 보았다.

이에 난민 이후의 난민 논의에 앞서 난민이 무엇인지를 보자면, 일단 법률가로서는 첫 번째 해석기준인 난민법과 난민협약에 따라야 할 것이다. 난민협약을 그대로 받아들인 난민법에서는 난민을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근거가 있는 자로 규정한다. 이들 요건은 일응 추상적으로 보이지만 유엔난민기구(UNHCR)가 펴낸 난민 지위의 인정기준 및 절차 편람과 지침은 이들 요건을 구체화하고 있다. 난민을 심사하는 데에 있어서는 신청자가 박해사유라고 주장하는 요인이 위 다섯 가지 중에 하나인지, 실제로는 다른 사유임에도 불구하고 난민법상의 요건으로 확대하는 것은 아닌지를 보아야 할 것이며 지방출입국외국인청이나 난민위원회, 행정법원의 그 어떠한 결정례·판례도 위 카테고리 안에서 엄격하게 심사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필자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난민협약의 취지와 정신을 통한 난민 개념이다. 이는 난민협약이 인정 사유로 위 다섯 가지만을 정하고, 왜 경제적 이유나 전쟁과 같은 것을 규정하지 아니하였는지와도 연결된다. 난민협약이 말하는 난민이란 단순한 경제적 약자나 그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배타적 약자(불쌍한 사람)가 아니다. 경제적 약자나 불쌍한 사람은 당연히 전 세계 어떤 국가에도 있을 수밖에 없고, 당장 우리나라만 하여도 난민보다 비참한 삶을 영위중인 사람이 충분히 존재한다.

즉, 난민이란 단순히 불쌍한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간이 국가(The State)에 앞선다는 사상을 전제로 어떤 국가(국경)가 인간을 지켜주는 수단으로 정당화되지 못할 때, 국가의 자주권을 넘어 다른 국가에서 그 인간을 보호하고자 하는 경우에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난민신청자의 박해는 일정한 정치·사회적 지위인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정치적 견해와 결부되어 이해해야 한다. 난민을 단순히 사회적 약자인 자들로 인식하여 접근하는 것은 난민협약과 난민법상이 정한 난민 개념에 대한 이해에서 오류를 낳을 수 있다. 전쟁난민(War refugees)을 난민의 범위로 포함시키지 않는 UNHCR 난민지위의 인정 기준챕터V. 164조(persons compelled to leave their country as a result of international of national armed conflicts are not normally considered refugees under 1951 Convention or 1967 Protocol)도 결국 이러한 해석례를 따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곽준영 변호사 (법무법인 다래)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