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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고법원 구성원과 사회의 안정

8월 1일 퇴임하는 대법관 3명의 후임자가 지난 7월 2일자로 제청되었고, 또 오는 9월 19일 5명의 헌법재판관이 임기만료로 퇴임한다. 두 최고법원의 재판관 8명이 한두달 사이에 교체되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연방대법원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 오던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그 후임 인선을 둘러싸고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 1988년부터 재직해 온 그는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연방대법관들의 보수 대 진보의 숫자가 4대4인 상황 속에 이념적인 대립을 보이는 논쟁적 사안의 재판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검토 중인 주요 후보 5명 중에서 유력한 두 사람은 브렛 캐버노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 판사와 에이미 배릿 제7연방항소법원 판사라고 한다. 미국 언론들은 이 두 사람의 인생사와 주요 이슈에 대한 이념적 입장의 분석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이들 외에 레이몬드 케쓸레지 제6연방항소법원 판사도 주요 후보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의 연방대법원의 미국 사회에서의 기능은 한국의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합해 놓은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런 미국의 대법관 선출과정과 대법원 구성의 변화과정을 한국의 두 최고법원과 대비하여 보면 뚜렷한 차이가 있다. 우선 미국의 대법관은 9명뿐인데다가 각각 짧게는 15~20년, 길게는 40년씩을 재직한다. 그러므로 4년 또는 8년 임기의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내에 교체할 수 있는 대법관이 몇 명 되지 않고, 심지어 임기 내에 대법관을 1명도 교체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따라서 대통령이 자기와 이념적 성향이 비슷한 대법관을 지명하더라도,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그 사람이 연방대법원의 결론을 곧바로 좌지우지하지 못한다. 이번의 케네디 대법관 후임에 관심이 특히 더 쏠리는 이유는 그의 캐스팅 보트 역할 때문에, 신임 대법관이 대법원의 결론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특별한 상황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은 이와 다르다. 13명의 대법관이 6년의 짧은 임기를 가지다 보니, 5년 임기의 대통령이 대부분을 갈아치울 수 있게 되고, 그러다 보면 대법원 구성원들이 한쪽으로 편향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에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대법관, 헌법재판관 합계 23명 중 무려 21명을 이미 교체했거나 교체할 예정이다.

한 국가의 사법부는,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결정을 내리지만, 그 나라를 이념적으로 선도하는 곳이 아니다. 사법부는 과거에 쌓아온 법치의 전통 속에서, 사회의 변화에 따라 한 발짝씩만 움직이는 곳이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구성원들 모두가 한 방향으로 뛰기 시작하면 사회는 흔들린다. 한 나라의 최고법원 법관이 이렇게 짧게 대폭 교체되는 것은 국가를 위해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두 최고법원이 무게중심을 잘 잡고 신중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두 최고법원 구성에서 큰 임무를 지고 있는 대통령, 국회, 대법원장은 유의해야 한다.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구성원들은 이념적으로 섞여 있어야 한다. 보다 신중한 최고법원 구성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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