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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검·경 수사권 조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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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법무부장관과 행안부장관이 국무총리와 민정수석이 참석한 가운데 검경 수사권 조정에 관한 합의안에 서명하고 앞으로 입법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그 합의안을 읽어보았다.

먼저 최근 남북정상이나 북미정상 사이의 회담에서 합의안을 보았지만 우리나라 장관 사이의 합의안은 생소하다. 법무부장관 등은 국무위원으로서의 지위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정책을 보좌하는 참모들이고 실제 대통령의 대선공약에 따른 검경 수사권 조정임을 분명히 하면서 이를 장관들 사이의 합의안 형식이 적절한 것인지는 좀 의문이다. 차라리 당사자에 해당되는 검찰총장과 경찰청장 사이의 합의안이 더 좋지 않았을까. 그런데 검찰은 국회 입법을 막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하고, 경찰은 명분만 얻고 더 힘이 들게 되었다는 반응이라는 언론보도를 보니 결국 합의를 압박하는 합의안으로 보여지기도 한다.

부패범죄 등 종전의 특수수사 분야를 대부분 검사에게 계속 맡기는 대신 송치 전의 수사지휘를 폐지하도록 변경하겠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로 보인다. 소추기관으로서의 본래적인 기능을 하여야 하는 검사에게 수사지휘권을 빼앗는 대신 검사에게 일정 부분 1차 수사를 계속 하도록 한 것은 타협의 소산인지 모르나 애초의 검경수사권 조정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영화 ‘1987’에서의 변사자검시에서 박종철 죽음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었듯이 기소할 사건은 몰라도 불기소할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막는 것은 국민의 위한 개혁이라고 도저히 볼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수사‘지휘’가 듣기 싫으면 다른 표현으로라도 실질적인 견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경찰의 1차적 수사종결권은 불기소사건에 한해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검찰에 송치하지 않는 대신 불송치결정문과 사건기록등본을 보내도록 하고 검사가 불기소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때는 재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고소인 등이 불복하면 검찰에 송치하도록 하는 보완장치를 마련한다고 한다. 고소인 등 이해관계인이 없거나 이미 사실상 끝난 사건에 대해 검사가 제대로 검토하기도 어렵지만 열의를 보이지 않는 경우에 은폐될 사건이 생길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리고 2016년에 검찰 처리 사건이 258만1748건이고 이 가운데 불기소는 145만8816건이었는데, 대부분이 경찰 송치사건이므로 경찰에 수사종결권이란 선물을 주기 위해 매년 백수십만건의 기록복사의 노역을 시킬 필요가 과연 있을까.

검경수사권 조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 1호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이고 국민들은 정권의 하수인으로 의심되는 검찰의 불공정한 수사를 막기 위한 것으로 알았지 단순히 수사기관의 권한분배로 그칠 줄은 몰랐다. 검찰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검찰의 인사권이 독립되어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현재의 정부도 검찰의 인사권을 전혀 놓지 않고 마음대로 행사하고 있다. 과연 검경수사권 조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창현 교수 (한국외대 로스쿨)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