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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 Bullsh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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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 Bullshit!(헛소리를 뜻하는 비속어)" 모로코 축구선수 노르딘 암라바트가 경기 후 카메라를 보면서 네모를 그린 뒤 외마디 던진 말이다. 이번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뒤흔들고 있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Video Assistant Referees, 비디오 보조심판이 아닐까. 우리 형 호날두도 아닌, 게다가 주심도 아닌 보조심판이라니 말도 안 된다고 손사래 칠 수도 있겠다. 아무튼 반복되는 편파 판정이나 오심 논란을 줄이고자 도입되었다는 VAR. 정작 그 효과가 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판단기준이 오락가락한다.” “판정논란이 더 많아졌다.” 연일 뭇매만 맞고 있는데 FIFA는 통계를 들이밀며 이전보다 오심이 훨씬 줄었다고 강변한다. 어디에선가 많이 보던 풍경이 아닐 수 없다. VAR가 아무리 첨단장비를 갖추었다고 한들 심판인 이상 욕먹는 건 매한가지인가 보다.

2년 전 대법원에서 개최된 '4차 산업혁명의 도전과 응전' 국제법률심포지엄에서 내로라하는 미래학자, AI 전문가들의 언론 인터뷰 과정에 참여한 적이 있다. 대법원은 사법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의도로 야심차게 기획한 것이었지만 그 의도와 달리 당시는 정운호 법조 비리로 몸살을 앓은 터라 오로지 관심은 판사를 대체할 알파고 판사에 쏟아질 때였다. 예상대로 취재기자 인터뷰 질문을 모아보니 알파고 판사 출현이 가능한지를 묻는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대한민국 판사에 대한 불신이 가득 찬 질문지를 미래학자, AI 전문가들에게 내밀자니 민망한 마음이 앞섰다. 그런데 뜻밖에도 AI의 위험성을 강조한 로만 얌폴스키 뿐만 아니라 렉스 마키나 설립자 조슈아 워커조차도 기자들의 연이은 질문에 꿋꿋하게 AI가 판사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긋는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은 기억이 난다. 실직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안도감에서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판사의 역할은 반복적이고 기계적인 정보처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분쟁에 휘말린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하며 해결하는 데 있고, 판사만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임을 일깨워 주었기 때문이다. VAR가 화제인 지금 혹여 비난이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져 진실을 찾는 용기와 공정함을 잃어버리지 않아야 하는 심판자로서의 피할 수 없는 숙명도 잊지 말고 말이다.

 

김대현 고법판사 (서울고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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