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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내가 읽은 책] ‘이제야 계절이 보인다’ (고래달 著)

법원의 나무들이 싱그러운 연두색에서 짙은 초록으로 변해갈 즈음, 작가는 쑥스럽게 책을 내밀며 “가볍게 읽으세요”한다.

평소 사람과 현상을 관찰하는 것이 취미인 작가 겸 사업가 고래달은 자신이 경험한 사건들과 그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들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서술함으로써 이 시대 청년들에게 위로를 주는 책을 발간했다.

문득 ‘무엇을 놓쳤다는 안타까움이 아니라 무엇을 놓쳤는지도 모르는 자신이 서글펐다’는 작가는 업무 회의를 하러 연남동을 걷던 어느 가을날, 산책로에서 난생 처음 하늘을 사진으로 찍어 보았다.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릴 필요는 없었는데 무엇에 떠밀려 이렇게 쫓기듯 살고 있는지 자문해 보았다는 작가는 그리하여 이 책의 제목을 ‘이제야 계절이 보인다’라고 정했다며 사람 좋은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한두 페이지 내외의 짧은 글들을 엮어 놓은 구성으로 가까이 두고 틈틈이 읽을 수 있었던 덕분에 나 역시 여느 청년 변호사와 같이 숨가쁘고 분주한 일상에서도 가볍게 마지막 글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다 읽은 다음 날, 구속피고인을 접견하러 간 서울구치소 담장을 걷다 보니 어느덧 싱그러운 연두색 잎의 나무들은 짙은 초록으로 변해 있었고 파란 하늘에서 무더운 여름이 보였다.

작가는 청춘들의 고민을 함께 이야기 하고 싶다는 취지에서 토크콘서트 ‘고래용 드림’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책은 토크콘서트에서 작가가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를 ‘가볍지만 가볍지 않게’ 축약해 놓을 것이라고도 볼 수 있겠다.

특히 언젠가부터 유행처럼 많아진 ‘청춘 멘토링’과 저자의 화법이 다른 지점은 바로 저자의 솔직함에 있다. 저자는 자신의 가슴 아픈 가정사나 삶의 굴곡들을 포장 없이, 심지어 이제는 괜찮아졌다는 식의 역경 극복보다는 인생은 때로 미치도록 무료하거나 힘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지점에서 독자는 바쁜 일상에서 잠시 잊고 살았던 다양한 감정들을 생생하게 공유하게 되고, 저자의 응원과 위로는 묵직하게 다가오게 된다.

언젠가부터 감성이라는 것은 ‘오그라드는 것’ 내지는 ‘낯 간지러운 것’이라고 치부되는 사회의 분위기는 마치 촉촉한 청춘의 계절이 사라지고 감성의 건기만 남은 상태 같다며 작가는 자신의 좌우명을 ‘가볍지만 무겁게, 무겁지만 가볍게’라고 소개한다.

사랑하는 애인을 위한 투박하지만 진심어린 감사의 편지, 엄마를 향한 사랑한다는 한마디, 친한 친구를 향한 진심어린 응원의 글. 이런 것들이 인생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가치 있는 표현이라는 주장이 공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계절이 지나가는 것을 느낄 여유도 없이 법정, 구치소, 사무실을 누비고 있는 청년 변호사들에게 가볍지만 묵직한 응원을 보내는 마음으로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정혜영 변호사 (법무법인 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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