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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허송세월' 사개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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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대한 칼럼을 쓰는 것이 벌써 세번째이지만, 노트북을 여는데 한숨부터 나온다. 지난 1월 사개특위가 출범했으나 회의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삐걱대는 모습에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글을 썼다. 지난 3월 50년 만에 검찰총장이 국회에 출석했으나 대검찰청 업무보고가 정쟁으로 얼룩지며 검찰개혁 논의 한 번 못해보고 끝난 모습에 씁쓸해 글을 썼다. 지금은 그때보다 더 허탈한 심정이다. 사개특위가 아무 것도 못하고, 아니 하지 않고 문을 닫게 생겼기 때문이다.


21일 정부는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발표하고 공을 국회로 넘겼다. 그러나 사개특위는 오는 30일 활동기간 종료를 맞는다. 활동시한을 연장하려면 국회 본회의 의결이 필요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 참패로 내홍을 겪고 있어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는 본회의 자체가 열리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여당에서조차 '사개특위는 끝났다'는 말이 나온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한국당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당장 본회의나 사개특위 회의가 열리겠느냐. 국민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고 했다.

 

사법개혁 논의는 정쟁이나 나눠먹기식 개혁이 아닌 국민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내는 데 집중돼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개특위는 지난 18, 19대 국회 때보다 훨씬 더 정쟁에 휘둘렸다. 야당은 '여당 발목잡기'에 주력했고, 여당은 정치적 협상력을 발휘하는 데 실패했다. 여기에 사개특위는 4월초 소위 구성 합의 이후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으로 인한 국회 공전과 6·13 지방선거 등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됐다. 사개특위가 반년간 한 것이라곤 대법원과 대검찰청 등 관련 기관 5곳의 업무보고를 받은 것이 고작이다.


후반기 국회 원 구성까지 늦어지면서 수사권 조정 등 사법개혁을 위한 입법 논의는 결국 9월 시작되는 정기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를 중심으로 본격화될 전망이다. 수사권 조정 등을 위해서는 형사소송법 등 법사위 소관 법률 뿐만 아니라 경찰 관련 법 등 행정안전위원회 소관 법률 개정도 필요한 만큼 사개특위와 같은 별도의 특위를 만들어 논의를 전담하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 의원은 "정기국회 때는 국정감사와 예산심사 등으로 물리적 시간이 부족한 만큼 후반기 원 구성과 함께 다시 사개특위를 구성해 논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번 사개특위처럼 운영하려면 차라리 특위를 만들지 않는 것이 낫다. 법사위든 사개특위든 중요한 것은 여야의 사법제도 개선 의지와 지속적인 협의 노력이다. 20대 국회가 반환점을 돌아 다음 총선까지는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이마저도 허송한다면 국민의 따끔한 심판에 봉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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