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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판사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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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판사인데, 틀리면 어쩌나. 얼마 전 ‘당신이 판사입니다’라는 온라인 양형 체험을 해보면서 든 생각이다. 반드시 그것만 정답이랄 수도 없는 일이고 누가 알 것도 아니지만 왠지 걱정되어 주위를 살피며 몰래 해보았다. 양형위원회가 출범한 지 10년이 지났고 대부분의 범죄 유형에 양형기준이 마련되었지만 '솜방망이', '고무줄' 등 양형에 관한 비판 기사의 단골 용어들에는 변함이 없다. 오히려, 가끔 댓글을 보면 일반 국민들이 ‘어이없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점점 많아지는 것만 같다. 분위기를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재미난 프로그램을 만든 모양이다.

양형은 판사에게도 어렵다. 요소 하나하나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저마다의 기준으로 그 요소들을 저울질하는 일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양형기준도 보고 유사 사례도 참고하지만 결국 경험이 쌓여야 해결된다. 합의는 했어도 죄질이 좋지 않으면 실형을 고민하며 밤잠을 설치고, 아기 엄마를 구속시킨 날에는 괜한 미안함에 우울해지기도 하는데, 그런 경험이 조금씩 판사를 성장시켜 준다. 판사들이 이렇게 고민을 하는 건 그 결론이 한 사람의 일생을 뒤바꿀 수 있다는 무게감 때문이다. 피고인에 대한 측은지심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이 바뀌는 사람은 피해자일 수도 있다. 두루 살피고 균형을 잡으려 노력하게 된다는 말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거리감은 사실 상당 부분 이 무게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듯하다.

몇 해 전 근무한 법원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일종의 실험을 한 적이 있다. 실제와 유사한 모의재판을 보여주고 자신이 판사라면 어떤 형을 정할지 생각해 보도록 하였는데, 신기하게도 법관들과 시민들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국민의 눈이나 판사의 눈은 기본적으로 같으니 판사의 마음이 더해지면 생각의 차이는 줄어들게 마련이지 않을까. 재판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자신이 판사라는 마음으로 사안을 접해 볼 기회, 고민의 깊이를 체험할 기회를 더 많이 마련해드리면 어떨까 싶다. 물론 재미있어야겠다. 지금의 양형 체험 프로그램이, 일본에서 유행한 '역전 재판' 게임처럼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수준까지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한지형 판사 (서울행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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