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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취재수첩] 이유있는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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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뢰인에게 밤낮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 특성상, 시행된다면 그냥 처벌 받는 수밖에 없다고 할 만큼 현실과 동떨어진 법입니다." 


"직장인 평균임금의 3~4배인 억대의 고액연봉을 받는 변호사들은 근로기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옳지 않을까요?"

 

다음달 1일부터 주당 최대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되면 곧바로 적용대상이 되는 대형로펌 관계자들이 토로하는 하소연이다. 기업에 개정 근로기준법 관련 법률자문과 노무·인사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로펌들도 자체적으로 내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해 난감한 상황이다. 고용노동부가 개정 법 시행을 한 달도 안 남긴 시점에서야 겨우 가이드 라인을 내놓은데다 그나마 로펌 업무 특성과는 맞지도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좀체 잡지 못하고 있다. 마치 지난 2016년 청탁금지법 시행 당시의 혼란상이 오버랩되는 것은 그저 기분 탓일까. 당시에도 뒤늦은 가이드 라인 제시와 모호한 법 규정 탓에 기업은 물론 국민들이 대혼돈 속에 빠졌다.

 

"의뢰인이 밤늦게 조사 입회를 요청하거나 다음날 아침까지 서류 검토를 요청한 경우, '로펌 변호사도 근로자이기 때문에 금주에 52시간을 채워 업무를 해드리기 어렵다'고 답할 수 있는 변호사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 말과 동시에 그 클라이언트와는 영원히 안녕일 것이 뻔한데요." 한 대형로펌 변호사의 씁쓸한 말이다. 


개정 근로기준법의 취지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해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한편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고용 확대도 촉진하자'는 것 아닌가. 과도한 업무에 지쳐가는 변호사들의 워라밸을 보호하기 위해서 개정 근로기준법 취지에 맞는 대형로펌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는 많은 문제점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탄력적인 법 운용도 필요하다. 회사와 계약한 근로시간을 초과해 일한 만큼의 시간을 저축해 뒀다가 휴가 등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나 탄력근로제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 개정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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