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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미투를 보며 기본권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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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한민국에는 #미투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여기에는 강남역 살인사건에서 촉발되어 불법촬영 수사 관련 집회에 이르기까지 자발적, 주도적으로 참여한 20~30대 여성들의 목소리가 실려 있다.

언제, 어디에서 추행, 폭행, 강간 심지어 살인까지 당할지 모르는 사회에서 헌법상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는 허울만 남게 된다. 학업·업무든 사적 교제든 이미 사회는 여성들이 심야에 집밖으로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나이 오십을 넘긴 필자도 야근이나 회식 후 늦은 귀가 시에는 두려움과 긴장 속에 종종 걸음을 치게 되니, 젊은 여성들의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미투운동의 주된 고발 대상인 ‘권력형 성폭력’ 사건의 형사처벌에는 난점이 보인다. 현행법상 성폭력범죄의 수단은 폭행·협박 또는 위계·위력으로 한정되어 있고, 판례는 폭행, 협박의 정도에 대하여 최협의설을, 위력에 대하여는 상대방의 자유의사를 억압할 수 있는 정도의 것을 요구하여 왔다. 성행위는 행위자의 인격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다. 상대방의 진정한 동의가 없었거나 또는 진정한 동의가 있었는지를 확인하지 아니한 채 행위에 나아간 행위는 상대방의 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UN CEDAW(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악) 위원회는 2018년 3월 한국정부에 대하여 “형법 제297조를 개정하여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의 부족을 중심으로 강간을 정의”하라는 권고를 한 바 있다. 현재 국회에는 여러 ‘미투입법’이 발의된 상태로, 비동의간음죄의 신설 내지 강간죄의 폭행·협박의 정도를 완화하고 폭행·협박의 정도에 따라 법정형 내지 양형을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

불법촬영에 대하여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 배포, 제공한 행위는 물론 이를 알면서 소지한 행위도 처벌함으로써 아동, 청소년이 성적 대상화되고 성범죄의 타겟이 되는 것을 미연에 차단하려 한다.

불법촬영물은 불특정 다수의 사생활의 자유와 초상권, 인격권을 침해하며, 사이버공간에서 무한 복제, 유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몰카’라는 장난섞인 용어 대신 ‘불법촬영’의 범죄로 규정짓고, 촬영물은 범죄행위로 인하여 생긴 것으로 누구도 소지·사용해서는 안 되며 형사사법기관이 끝까지 추급하여 폐기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해야 한다. 제작, 배포, 제공하는 행위 뿐만 아니라 그 제목과 영상에 의하여 불법촬영물임이 명백한 영상물임을 알면서 소지·보관하거나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통하여 열람한 행위 역시 처벌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범죄를 근절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미투운동으로 우리 사회는 비가역적으로 변화하였고, 이에 따라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이 불가피하다. 우리의 딸들과 아들들이 다 같이 더욱 존엄한 사회구성원으로 더 평등하고 안전한 사회에 살아갈 수 있도록 법제도를 설계하고 시행하는 일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이숙연 고법판사 (서울고등법원)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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