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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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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보게 된 ‘독전’은 마약조직의 수장인 ‘이선생’을 추적하는 형사의 모습을 중심으로 마약조직과 수사관의 대결을 그린 영화다. 영화 속 ‘이선생’이 기소되면 어느 정도의 중형을 선고하여야 할까라는 상상력에서 시작된 생각의 퍼즐들이 작년 한해 법정에서 만난 마약류 범죄 사건의 피고인들을 떠올리게 했다. 그 중 A는 필로폰 제조를 시도한 피고인이었다. 원료물질 생성 정도에 불과함에도 이를 필로폰으로 오인한 채 인터넷으로 판매하려 한 것이다. 

 

경제적으로 어렵게 생활하던 A는 미국 드라마를 보다가 범행 아이디어를 얻었고, 별다른 전문지식 없이 인터넷 검색으로 방법을 찾아 필로폰 제조를 시도해 보았다고 한다. B는 학생으로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을 밀수입하고 투약한 피고인이었다. 낮에는 공부하면서, 학비를 벌기 위해 밤에는 유흥업소를 다녔다. 유흥업소에서 만난 손님이 집중력이 좋아진다고 하여 인터넷 거래를 통해 외국에서 국제우편으로 마약을 받아 투약한 것이었다.

A나 B의 범행이 ‘이선생’이 저지른 마약의 제조나 수출입 범죄의 외관을 띠고 있다. 하지만 A와 B 모두 그 이전에는 마약류를 취급한 적이 없고, 한 가정의 가장이거나 평범한 학생이었다. 너무 가볍게 마약을 생각하고 너무 쉽게 접할 수 있는 상황에서 결국 마약류 범죄에 빠져 들었던 것이다. 피고인들과 가족들은 재판 내내 구구한 사연을 적은 반성문을 제출했고, 거기에는 향후 마약과의 단절을 다짐하는 각오가 넘쳐났다. 선고를 하면서 마약범죄의 중대성과 위험성, 단약의지의 실천 등을 얘기하였지만 사실 얼마나 설득력 있게 다가갔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선생’과 같은 전문적인 마약류 공급 범죄자들에게는 엄중한 형사처벌을 하여야 하지만, 때론 A나 B 같은 일탈적 마약류 범죄자들에게는 마약류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 치료, 재활정책이 좀 더 강조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는 6월 26일은 ‘마약퇴치의 날’이다. 마약류 등의 오남용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이고 마약류에 관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의3에 근거를 둔 법정기념일이다. 그 취지에 맞는 세심한 홍보와 교육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또한 ‘독전’ 영화의 흥행이 마약류 오남용 폐해에 대한 사회적 각성과 마약류 범죄 예방에 관한 인식 제고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권성수 교수 (사법연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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