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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탈취 행위의 방지를 위한 부정경쟁방지법의 개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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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 일부 개정안이 지난달 17일 공포되어, 올해 7월 1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① ‘트레이드 드레스’의 보호 강화(개정안 제2조 제1호 나목·다목), ② 소위 ‘아이디어 탈취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규정하여 아이디어의 보호 강화(개정안 제2조 제1호 차목), ③ 법원의 특허청에 대한 조사기록 송부권 신설(개정안 제17조의4) 등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무엇보다도 소위 ‘아이디어 탈취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사업제안, 입찰, 공모 등 거래교섭 또는 거래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타인의 기술적 또는 영업상의 아이디어가 포함된 정보를 그 제공목적에 위반하여 자신 또는 제3자의 영업상 이익을 위하여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에게 제공하여 사용하게 하는 행위’가 새롭게 부정경쟁행위로 규정되어, 그에 대한 부정경쟁방지법 차원의 규율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는 민사 손해배상책임(부정경쟁방지법 제5조) 등의 대상이 되나, 다만 형사처벌의 대상에서는 제외된다(개정안 제18조 제3항 1호).

최근 들어 심지어 법조계에서조차 수임경쟁에 참여한 법무법인들에게 사건 처리 전략을 수임제안서에 담아 제시하도록 한 다음 이를 다른 소송대리인에게 넘겨 관련 아이디어를 탈취하는 행위가 문제될 정도로(2016. 5. 30. 법률신문 홈페이지 보도 참조) ‘아이디어 탈취 행위’가 사회 다방면에서 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므로, 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이번 개정안의 취지에 전적으로 공감하고 환영하는 바이다.

한편으로 이번 개정안은 법조인들에게 여러 숙제를 안겨줄 것으로 보이는데, 그 중에 몇 가지를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법(私法)의 체계 내에서 아이디어의 지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문제된다. 아이디어 보호의 시초인 미국의 판례법이 아이디어에 대해 자못 과감하게 물권적인 지위를 인정한 것은 불법행위의 소인이 엄격하게 제한된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의 측면도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법체계 하에서는 아이디어에 대해서 재산권 차원의 보호를 부여함에 있어 그 법적 성격이 지적재산권 내지 (준)물권이어야 하는지, 아니면 법적으로 보호되는 이익이면 충분한지, 또한 이러한 논의에 있어 이번 개정안이 가지는 함의는 무엇인지, 근본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정책적 측면에서 아이디어의 적정한 보호 수준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아이디어의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앞서 본 수임제안서의 탈취와 같이 언론에 지적될 정도로 사회적 상당성을 잃은 행위는 마땅히 규제가 필요하겠으나, 아이디어의 보호가 오히려 더 큰 분쟁을 야기하거나 자유경쟁을 제한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 이번 개정안의 입법 과정에서도 아이디어 개념의 불분명성이 지적(산자위 검토보고서 등)된 만큼, 장차 해석을 통하여 이를 구체화함으로써 예측가능성을 담보해야 할 것이다. 관련하여 미국 판례에서 언급된 소위 구체성(concreteness), 참신성(novelty) 등의 기준도 일응 참고가 될 것이나, 특히 이번 개정안과 같이 우리 입법이 세계적으로도 선도적인 상황이라면 그에 맞는 우리만의 심도 깊은 연구가 뒷받침 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다고 본다.

셋째, 입법 과정에서 탈자(脫字)가 지적되었음에도 수정되지 못한 문제가 있다. 이번 개정안의 문언을 살펴보면 ‘… 거래과정에서’ 부분이 수식하는 대상이 명확하지 못하여, 자칫 ‘… 거래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 아이디어’ 내지 ‘… 거래과정에서 … 아이디어를 … 부정하게 사용’과 같이 읽힐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송기헌 의원께서 3월 19일 산자위 소위에서 ‘… 거래과정에서 취득한 / 경제적 가치를 가지는 … 아이디어를 … 부정하게 사용’으로 쓰는 것이 맞음을 적확하게 지적하여 이와 같이 문구를 조정하기로 의결되었음에도, 위원회의 대안마련 과정에서 수정되지 못하였고, 이후 심사 과정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못한 채 개정이 완료된 것은 아쉬운 일이다. 이를 신속하게 수정하여야 함은 물론이고, 차제에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절차와 제도의 정비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지식재산권 보호의 중요성은 달리 강조할 필요가 없으며, 여기에서 지식재산권이라 함은 특허권 등 전통적인 권리에 한정되지 아니하고 ‘지적활동에서 발생하는 기타 모든 권리 세계지적소유권기구 설립협약(다자조약 제676호) 제2조 (viii)’와 같이 광범위하게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국제적인 총의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우리나라가 지적활동의 직접적인 산물인 아이디어의 보호에 있어서 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입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외국의 법학도들이 우리 ‘아이디어법’에 대한 주석서를 자국의 언어로 번역하고, 외국의 입법 과정에도 이러한 연구 결과가 반영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보는 것은 너무 앞서나간 것일까. 향후 학계 및 실무계에서의 충실한 논의와 유관기관의 적극적이고 신속한 후속 조치를 통하여 아이디어와 관련된 우리 법제가 보다 실질과 형식을 겸비하여 발전되고, 이를 통하여 권리자들이 적정한 보호를 향유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류재현 공익법무관(대전고등검찰청)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