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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선변호인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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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7번방의 선물’에 등장하는 6살 지능의 용구의 국선변호인은 교도소 수감자들의 탄원서를 재판정에 전달하지 않았다. 그리고 재판 과정에서도 용구를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변호하지 않았다. 영화는 사회적 약자를 변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선변호인제도가 제도의 취지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폭로하는 듯하다. 하퍼리의 앵무새죽이기는 국선변호인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가. 국선변호인 핀치는 흑인 톰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자신의 생을 걸었다. 법정에서 인종의 편견과 싸우고 톰을 끌어안으려 했던 백인 여성 메이엘라의 거짓을 밝히는 데 혼신을 기울였지만 결과는 유죄였다. 그러나 10여년의 세월이 흐르고 흑인의 권익이 신장된 때에, 핀치는 자기집 식모 흑인 캘퍼티아의 손자 지보가 과속으로 백인을 치여 죽인 사건을 맡게 되는데, 사건의 전모를 자세히 알아보기도 전 자백을 권유한다. 그는 첫 번째 재판에서 백인의 여론을 경계했다면 두 번째 재판에서는 흑인의 재판개입을 거부했다. 하퍼리는 법정에서 사익을 추구하는 변호인이 아닌 공익의 대변자로서 국선변호인을 등장시킨 것 같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는 형사법 상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필수적으로 선정되는 국선변호인제도는 최근 권력자의 변호를 위해서도 활용됐다. 이처럼 국선변호인의 모습은 다양한 형태로 형상화되고 있다. 필자는 초임변호사 시절 국선변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던 적이 있다. 의뢰인의 모습은 대부분 술에 취해 있었고, 학력수준은 대부분 낮아서 간단한 이메일도 다룰줄 모르는 이들이었다. 가끔 구치소 수감자 중 간곡한 호소로 피해자와 극적인 합의를 유도한 경험도 있으나 대부분 내 역할은 피고인과 자백을 전달하고 재판부의 용서를 구하는 일이었다. 용구와 지보의 국선변호인의 역할은 겨우 면한 셈이지만, 흑인 톰을 변호한 핀치의 용기있는 모습은 아직 갖추지 못한 듯하다. 국선변호 활동은 변호사의 자화상을 비춰주는 거울과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같다.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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