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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혼자서는 어려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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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야 꺼야 할꺼야 혼자서도 잘할꺼야!” 어린 시절 많이 듣던 동요 속 한 구절이다. 올해 7살이 된 딸아이는 요즘 부쩍 혼자 할 수 있다는 말을 많이 한다. 때로는 도와주려는 걸 오히려 싫어하는 눈치여서 머쓱할 때도 있다. 이런 상황은 법정에서도 펼쳐진다. “제가 다 찾아보고 왔는데 무슨 말씀이십니까?” 원고의 주장이 법리에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하자 반발하며 서류를 한 묶음 내보인다. 읽어보니 모 지식 포털 사이트 검색 결과다. 정확한 것이 아니니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보시는 게 좋겠다고 하자 혼자서도 잘 할 수 있다며 도리어 화를
낸다.

‘나홀로 소송’이 많아졌다. 차분하게 말씀도 잘 하고 제 때 필요한 증거를 제출하는 분이 없지 않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가 훨씬 많다. 준비해 와야 할 것을 설명해 드리면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가지만 다음 기일에 다시 빈손으로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전문가로서 직접 재판을 준비한다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정소송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법령의 체계가 복잡하고 자주 개정이 되어 판사들도 골머리를 앓는데, 전문 지식 없이 누가 어떤 규정을 어떻게 위반했다는 것인지 설명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재판을 시작할 수조차 없는 상황인데 알아서 하시겠다고 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공자께서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곧 참되게 아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혼자서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기도 어렵다.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은 소송구조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시면 좋겠다. 행정 사건이나 회생 사건처럼 전문 분야의 경우에는 그 분야에 특화된 소송구조변호사단이 구성되어 있으니 더욱 효과적이다.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 재판다운 재판을 받을 수 있는지의 문제다. 그리고 좋은 재판을 해드리고 싶어서, 도와드리고 싶어서 드리는 말씀이니 화내실 일은 아니다.

 

한지형 판사 (서울행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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