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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 합리적 체계 마련해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15년 7월 "앞으로 형사사건에서 성공보수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민법 제103조에 위반하는 것으로 무효"라고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판결했다. 그로부터 3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변호사 업계에서는 유사 성공보수 약정이 횡행한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런데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전형적인 성공보수 약정은 아니지만 형사판결 선고 시점이나 수사 종결 시점에 일정한 조건을 걸고 변호사보수의 일부를 지급하기로 한 약정에 대해 무효라고 판단하는 판결을 잇달아 선고하여 주목받고 있다.

당초 대법원 전합 판결의 취지는 수사와 재판의 결과가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되면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이 저해될 수 있고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하게 떨어뜨릴 위험이 크다는 데 있었다. 대법원 스스로 판결의 의미를 “전관예우와 연고주의를 타파하기 위한 대법원의 강력한 의지가 담겼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마침 그 다음 해에는 성공보수 30억원을 포함, 100억원대 수임료를 받은 혐의로 여성 변호사가 구속되는 사건이 법조계를 강타했다. 인신구속과 관련된 형사사건에서 고액의 보수가 얼마나 부정의 유혹을 자극하는지가 실증된 사건이었다.

이와 같이 대법원 전합 판결의 취지는 충분히 존중돼야 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변호사단체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고, 그 논리에 수긍할 측면도 있다. 성공보수 약정은 경제적 능력이 충분치 않은 의뢰인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으로 변호인의 성실함을 담보할 수 있는 수단이 돼왔다. 그리고 무죄 판결과 같이 국가기관의 잘못된 공소제기를 변호사의 노력으로 시정했다면 그에 대해 적절한 보상이 따르는 게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대법원 전합 판결이 선고되자마자 이를 취소해 달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됐고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심리 중이다(2015헌마784). 변호사 수의 폭증과 업계의 불황까지 겹치는 상황에서 대한변호사협회는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의 유효화 입법운동까지 벌였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변호사단체의 지적에 수긍할 점이 있기는 했으나 아무도 현실에 도움이 될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법조 문화가 개선됐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국회에서 성공보수 유효화 입법이 순순히 이뤄질 리 없다. 대법원 전합 판결이 내려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판례 변경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다. 그러나 변호사단체에서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대체할 합리적인 보수체계 마련에는 제대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어디까지가 합법적인 약정이고 어디서부터 위법한 약정이 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된 바 없으니 편법 계약이 횡행하는 것을 막을 수도 없었다. 결국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전국의 변호사들 몫이다. 변호사단체는 지금이라도 성공보수 약정을 대체하는 합리적 보수체계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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