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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마음 이론(Theory of M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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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업무 차 외교부 청사를 방문할 일이 있었다. 평소에 광화문 거리에서 천천히 걷기를 좋아하는데 나에게는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동상을 마주하고 경복궁을 바라보는 방향이 익숙하다.

그날 정부종합청사의 외교부 별관에서 지도 어플을 보며 광화문 광장 방향으로 걷는데 나의 시야에 들어온 풍경은 너무도 낯설어 마치 처음 가본 장소처럼 느껴졌다. 사람이 서 있는 위치와 마주한 방향에 따라 얼마나 바라보는 풍경과 관점이 달라질 수 있는지를 새삼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변호사수급정상화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회의 주제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이었다. 법률시장 규모, 국내총생산 및 인구수 대비 변호사 공급 과잉의 문제를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한 자리였는데, 위원장의 비유가 크게 와 닿았다.

어린 시절에는 자신이 뛰어노는 골목길과 놀이터가 무척 넓어 보이지만 막상 성인이 되어 같은 장소에 가보면 기억보다 작은 크기에 놀라게 된다. 대학원 재학 중에 바라보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의 문제가, 졸업 이후 변호사가 되어서 바라볼 때 생각의 차이가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럽다.

인간의 뇌는 선천적으로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한다. 뇌과학 분야 전문가인 김대식 교수가 자신의 저서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에서 한 말이다. 선천적인 관점의 차이를 수많은 경험과 교육을 통하여 극복하고, 다름의 존재를 인정하도록 도우며, 타인의 관점을 상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인지적 능력을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이라고 한다.

판단의 대상은 주로 ‘옳고 그름’일 테지만, 주장의 내용은 ‘차이’일 때가 있다. 원고가 그 때 그런 내용의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던 사정과 결국 그 계약을 해지하게 된 사정, 피고인이 그 행동을 하게 되거나 혹은 할 수밖에 없던 이유 등 나도 결코 서보지 못한 그 사람의 현재 위치, 걸어온 길과 바라보는 방향에 서보아야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이 있는 것이다.

특별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뒤풀이 자리에서, 법학의 학문으로서의 가치 내지 필요성에 대한 담론이 벌어졌다. 법학이 마음 이론을 필수 과목으로 삼는 것이 어떨지 생각해본다.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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