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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고 말 할 수 있는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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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를 하다보면 미국이나 유럽 등 해외 사례 조사에 대한 의뢰를 종종 받는다. 그런 의뢰를 받을 때 마다 "무엇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있다"고 말하는 것에 비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무엇이 있다"는 말은 소수의 사례만 찾아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없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살펴본 영역과 그 사례나 법을 찾기 위해 기울인 노력을 일일이 열거하여 이러이러한 노력을 기울였으나 아직 발견하지 못하였다고 제한적으로 말 할 수 밖에 없다.

전문가에게 일반인이 그 전문가의 분야에 대한 질문을 하였을 때 무지를 인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권위에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염려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전지적인 존재가 아닌 우리가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다.

90년대 말 미국에서 대학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특정한 증상을 얘기하고 상담을 했는데 여러 가지 검사를 하고 난 다음 의사가 한다는 말이 왜 그런 증상이 나타났는지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근 20여년 후 미국의 또 다른 종합병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필자가 놀란 것은 전문가가 떳떳히 무지를 인정할 수 있는 용기였다. 어설픈 오진을 하기보다 차라리 솔직히 모른다고 인정한 것이다.

국가의 정책 결정에서도 그러한 용기와 솔직함에 바탕한 신중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암호화폐(cryptocurrency)를 둘러싼 논쟁만 놓고 봐도 그렇다.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우리나라는 어떠한 법적 제도로 규제해야 할지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혁신적 신기술이니 육성해 달라는 목소리와 더불어 투기적 요소가 많으니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것이 어찌 암호화폐만의 문제일까. 이번 정부 들어 다양한 새로운 제도들이 시도되고 있다. 그 제도들이 많은 긍정적 효과를 내기를 간절히 희망하지만 혹시나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우려도 전혀 없지만은 않다. 눈에 보이는 문제들을 해결하려다 쉽게 눈에 띄지는 않으나 존재하는 긍정적인 것들이 사라지지 않을까 두렵다.

앞이 보이지 않을 때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 옳다. 작은 발걸음 하나하나 조심스레 내 딛으며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봐야 한다. 긍정적인 작은 변화들이 하나씩 둘씩 쌓여 더디더라도 축적되는 발전의 길이 우리 앞에 펼쳐지길 간절히 바란다.

 

김용상 외국법자문사 (오멜버니 서울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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