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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가상의 하루가 아닌 현실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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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핸드폰에 설치해 놓은 대한민국 법원 내부자용 앱을 켜고, 접수 문건과 알림설정을 해둔 사건들을 일일이 확인한다.

어젯밤 잠들 때까지만 해도 원고가 동일하고 피고만 다른 5건 모두 당사자 쌍방이 이의신청을 하지 않아 화해권고가 확정되는 줄 알고 기쁜 마음으로 숙면을 취했는데, 5건 모두 이의신청서가 들어와 있다. 아침부터 기분이 살짝 나빠지기 시작한다.

출근길 지하철 안, 법원 관련 기사를 모아 놓은 핸드폰 앱인 MNC Viewer를 통하여 법원 관련 기사를 다 훑어보아도 시간이 남는다. 무료하여 대한민국 법원 내부자용 앱을 켜고 보니, 기일지정 신청서가 접수되어 있다. 당해 사건 기록 전체를 띄워서 보니 석명준비명령이 필요해 보여 법원 전자메일에 접속하여 석명준비명령 내용을 작성한 다음 출근 이후 시간에 메일이 예약발송 되도록 조치해 둔다.

예약메일을 보내는 사이에 소송규칙이 정한 한계치인 30쪽을 칼같이 지킨 준비서면이 떡하니 접수되어 있다. 준비서면을 클릭하니 기록뷰어로 연결되어 그 내용이 핸드폰 화면에 뜨고, 천천히 내리면서 서면 내용을 살펴보니 법률적인 검토가 꽤나 필요한 내용이다.

사무실에 도착해 지하철에서 검토한 법률적 쟁점과 관련된 판례 자료와 문헌을 검색해보고 그 자료를 컴퓨터에 저장해두는 한편 전자메모지 말미에 붙여둔다.

법정에 들어가서 법관통합재판지원시스템을 켜고 일정표상의 사건번호를 누르니 진행할 사건의 전자메모가 뜬다. 주위토지통행권을 다투는 사건이라 네이버와 다음 사이트의 위성지도 서비스에 접속하여 다툼이 되는 장소 부근의 위성영상과 로드 뷰(도로)영상을 법정 옆쪽에 설치된 스크린에 띄우니 사건 진행이 훨씬 생기가 돈다. 마침 영동대로 근처에 다툼이 되는 장소가 있어 인근 도로 교차로의 CCTV 영상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두 번째 사건의 전자메모를 띄우는데, 아뿔싸 아침에 검색해둔 판례자료들이 전자메모에 붙어있지 않다. 법정에서 판례검색을 하는 것이 부적절해 보여 법정 컴퓨터로 판사실 컴퓨터를 원격 제어할 수 있는 Mstsc 명령어를 입력한 다음 컴퓨터에 접속하여 미리 저장해 둔 판례자료와 문헌을 찾아 대리인들에게 법정 스크린을 통해 제시하면서 법률적 쟁점을 정리한다.

지금까지 이야기를 읽으시면서 수년 뒤에나 가능한 가상의 하루일과를 왜 뜬금없이 적고 있냐고 투덜대실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일과는 이미 수년 전부터 필자가 현실에서 행하고 있는 하루 일과이다. 믿거나 말거나는 독자 여러분들의 사법정보화 지식수준에 맡긴다.

 

박영호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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