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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마이클 헤이와 김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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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헤이(Michael Hay)는 평양에서 개업한 미국변호사다. 2004년부터 ‘헤이, 캘브 앤 어소시에이츠’(Hay, Kalb & Associates)라는 법률사무소를 평양에 열었다. 그 전에는 서울의 어느 로펌에서 10년 넘게 일하였다. 한반도 분단 현실이 신기했던 그는 북한에 꽂혀 평양에 법률사무소를 여는 도전을 하게 되었다. 이 사무소는 북한에 투자하거나 북한과 일을 하려는 외국기업 및 NGO에 법률서비스를 제공하였다. 김일성종합대학을 나온 북한 변호사가 함께 일한다고 한다. 처음 그의 이야기를 듣고는 외국인이 남한과 북한을 아우르는 법률업무를 20년 이상 하고 있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부럽기도 했다. 나도 언젠가는 평양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이다.

김광길 변호사는 10년 가까이 개성에서 일했다. 개성공업지구 관리기관의 법무팀장이었다. 그는 처음 개성공단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통일부를 찾아갔다. 공단에서 일하고 싶다고 자청했다. 멀쩡히 다니던 로펌을 그만두고 먼지 날리는 개성공단 한쪽 컨테이너박스 숙소에서 지냈다. 개성에서 2주간 일하고 주말에 잠깐 파주의 집으로 내려오는 힘든 생활을 10년 가까이 했다. 개성공단은 남한 법제가 상당 부분 이식된 곳이다. 북한에서는 최초로 주식회사가 도입되었으며 등기제도, 세금제도, 보험제도 등이 구현되었다. 심지어 부동산 임의경매도 실행되었다. 김광길 변호사가 없었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남북 정상이 두 차례 만났고 북미회담도 예정되어 있다. 회담이 잘 진행된다면 남북관계는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변화할 것이다. 나는 우리 법률가들이 판문점에서, 개성에서, 평양에서, 나진과 선봉에서 일하는 것을 꿈꾼다. 북한의 경제개발을 돕고 인도적 지원을 뒷받침하며 평화를 굳게 세우는 일에는 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평화와 공존은 법과 제도를 통해서 공고해진다.

그동안 통일정책은 ‘법을 뛰어넘는 통치행위’의 영역이었고, 통일 과정에서 ‘법의 지배’는 부정되었다. 통일정책은 당파적으로 이루어졌고 지도자에 따라 변화하였다. 통일 과정이 ‘법치주의’에 따라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통일은 요원하다. 남북관계는 매우 정치적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법적 통제가 필요하다. 남북관계 및 통일정책을 ‘법의 지배’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자면 많은 법률가의 참여가 필요하다. 또 다른 마이클 헤이와 김광길이 계속 나오길 바란다.

 

임성택 변호사 (법무법인 지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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