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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臺에서

'각하'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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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사고로 남편을 잃은 부인이 임시로 수급자 지위를 인정해 달라는 신청을 해 왔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적용되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유족급여를 받지 못하게 되어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고 한다. 사정은 딱하지만 각하(却下) 사안이다. "우리나라에서 허용되지 않는 소송을 본안으로 하는 가처분 신청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지만 언뜻 눈물이 보인다. 늦기 전에 취소소송을 접수하라고 넌지시 알려드리지만, 그 소송에서 승소를 하더라도 인과관계가 문제되어 다시 산업재해 인정을 받지 못할 수도 있음을 잘 알기 때문에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우리나라에서는 행정청에 어떠한 의무를 부과하여 달라는 식의 의무이행소송이 허용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이다. 의무이행소송이 인정되지 않으니 이를 전제로 한 임시 구제 또한 불가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지정을 받고 싶은 사람도, 중증 장애를 인정받고 싶은 사람도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승소를 하더라도 피고가 상소를 하게 되면 확정될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천신만고 끝에 승소판결이 확정되더라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행정청은 '판결의 취지'에 따라 다시 처분을 하면 될 뿐이어서 새로운 사유로 또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한 기다림은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행정소송법이 개정되어 의무이행소송이 도입되고 가구제가 허용되면 좋겠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이의신청이나 행정심판 단계에서 해결이 된다. 행정심판 단계에서는 의무이행심판도 가능하다. 거부처분이 위법하다는 판결 이후에 다른 이유로 거부하는 사안도 많지는 않다.

그렇지만 행정법원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각하 얘기에 한숨을 쉬며 법정을 나선다. 주위의 조언을 듣고 아예 법원 문을 두드릴 생각을 접는 사람들도 상당하다고 한다. 적어도 법대에서 본 세상은 법의 개정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 판사로서 입법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조심스러운 일임을 알면서도, 집으로 돌아가 아이를 보듬고 눈물을 삼킬 한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조심스럽게 말씀드려 보았다.

 

한지형 판사 (서울행정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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