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法臺에서

목숨과 바꾼 한 턱

143236.jpg

한 턱을 내겠다고 했을 때 한 턱은 과연 얼마일까? 1997년 서울남부지법 박해식 판사님은 한 턱은 맨 처음 주문한 것의 금액만을 의미하고, 그 이후에 추가 주문된 것은 참석자들이 나누어서 부담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조정을 하였고, 그 이후 한 턱을 내겠다고 한 사람은 밥 한 그릇과 소주 한 병만 먼저 주문을 하는 것이 유행한 적이 있다.

필자에게도 한 턱과 관련해서 지금도 기억나는 가슴 아픈 조정 사건이 1건 있다.

시골에 살던 친구 A가 그해 배추 값이 엄청 좋아서 대박이 났다며 배추 판 돈을 들고 상경하여 친구 B에게 한 턱을 내겠다고 제안을 하였고, 그 후 실제 A와 B가 서울 어느 좋은 음식점에서 상봉하여 맛난 음식과 술을 마음껏 먹었다. 그런데 A가 화장실을 가면서 계산을 하려고 가격을 물어보니 자신이 상상하던 금액을 훌쩍 뛰어넘었고, 이에 장난기가 발동한 A가 몰래 음식점에서 도망을 나왔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B가 A를 뒤쫓아 가 붙잡고서는 한 턱을 내겠다고 하고 몰래 도망을 갔으니 술 값 한 턱 대신에 너의 턱을 한 대 때리는 것으로 ‘한 턱(신체 부위의 턱)’을 받겠다고 장난 비슷하게 가볍게 주먹으로 A의 턱 부위를 가격하는 시늉을 했는데 술에 취한 A가 주먹질을 피하다가 넘어지면서 뒤통수 부분을 땅바닥에 부딪친 후 정신을 잃었고 그 후 병원으로 이송된 A는 지병인 고혈압과 뇌동맥류가 악화되어 사망하였다.

A의 가족들이 B를 폭행치사죄로 고소하였지만 검찰에서는 'B가 A의 신체를 실제 가격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A의 사망과 B의 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B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이에 A의 가족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다.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한 B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아직 어린 A의 아들에게는 너무나 미안해서 A 대신 자신이 아빠처럼 생활비라도 지급할 의향이 있다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고, A의 가족들도 B의 제안을 받아들여 B로부터 A의 아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매달 50만 원씩을 지급받기로 하고 조정이 성립되는 바람에, 이 사건은 매우 훈훈한 결말을 맺었다.

하지만 A가 한 턱을 내겠다는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목숨까지 잃게 된 이 사건을 접한 이후, 필자는 평상시에 지나가는 이야기로 자주 하던 한 턱 낼 테니 얼굴 한 번 보자는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는 좀생원이 되어 버렸다.

 

박영호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관련 법조인

리걸에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