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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포럼

Man of la Man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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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 of la Mancha', 곧 라 만차의 기사 돈키호테의 이야기이다. 블루스퀘어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맨 오브 라 만차’를 관람하였다. 돈키호테 역을 맡은 배우 오만석이 기대 이상의 가창력과 연기력을 뽐낸 무대였고, 출연 배우가 19명에 불과함에도 무대를 꽉 채운 느낌이 들 정도로 모두 좋은 연기를 보여 주었다. 관람객들 모두 기립하여 박수로서 멋진 무대를 보여 준 배우들의 열정에 답례를 하였다.

정식표제가 ‘재기(才氣) 발랄한 향사(鄕士) 돈 키호테 데 라 만차(El Ingenioso Hidalgo Don Quixote de la Mancha)’인 돈키호테는 스페인의 문호 세르반테스의 유명한 작품이며, 너무나 익숙하게 알고 있는 내용이다. 라 만차 어느 마을의 알론소 키아노는 기사에 대한 소설을 너무 많이 읽어 점차 상상 속에 빠져들게 되며 스스로를 '돈 키호테 데 라 만차'라 칭하며, 농부인 산초 판사를 하인으로 하여 세상의 불의를 없애고 정의를 세우기 위한 모험을 떠나게 되며, 풍차를 거인이라고 생각하며 말을 타고 부딪치기도 하는 등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게 된다.

뮤지컬은 종교재판을 받게 된 세르반테스가 지하감옥에 갇히면서 감옥에 갇혀 있던 죄수들 앞에서 자신에 대한 변론을 하면서 시작된다.

물론 그 변론의 내용은 돈키호테의 이야기이며, 돈키호테의 이야기가 끝나고 세르반테스가 종교재판을 받기 위하여 지하감옥을 다시 나가게 되면서 뮤지컬은 끝나게 된다. 돈키호테는 자신이 성(城)이라고 믿는 주막에서 영주(領主)라고 생각하는 주막 주인 그리고 신부(神父), 이발사, 행실이 좋지 않은 젊은이들 등과 어울린 가운데 주막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알론사 로렌소를 ‘둘시네아’라고 부르며 자신이 평생 섬겨야 하는 귀부인, 곧 연인으로 생각한다. 둘시네아라고 불린 알론사는 그러한 돈키호테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으나 자신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태도에 감명을 받게 되고, 마지막에는 병석에 누운 돈키호테를 찾아가 자신을 ‘둘시네아’라고 이야기하게 된다. 알론사가 자신을 ‘둘시네아’라고 말하는 순간, 알론사는 더 이상 허드렛 일을 하면서 뭇 남성들로부터 희롱당하며 살아가는 여인이 아니라 당당함과 자신감, 명예의식을 가지고 살아 가는 사람이 된다.

최근 회자되고 있는 한진 일가의 일이 아니어도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입주민들의 갑질, 백화점 진상고객의 종업원에 대한 갑질 등등 우리사회는 온통 갑질로 얼룩져 있다. 마치 갑을관계가 우리 삶을 지배하는 끊어질 수 없는 관계사슬처럼 보인다. 그 사슬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알론사로 대우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알론사에게는 희망도, 미래도, 꿈도 없다. 미쳐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알론사에게는 그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알론사가 ‘둘시네아’가 될 때 비로소 희망도, 미래도, 꿈도 가능하게 된다. 지금이 미쳐 돌아가는 세상인지도 모르겠다. 그런 세상이라면 더욱 알론사를 ‘둘시네아’로 부를 수 있는, 알론사로 하여금 ‘둘시네아’로 자각할 수 있도록 하는 라 만차의 기사, 돈키호테가 더욱 절실한 때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뮤지컬이 끝나고 나 역시 기립하여 박수로 배우들의 노고에 보답하였다. 이 시대의 돈키호테와 둘시네아를 생각하면서….

 

이상철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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