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법조프리즘

습작(習作), 죽음에 대하여

143135.jpg

호주의 과학자 데이비드 구달은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다. 그가 104번째 생일 선물로 원한 것은 ‘편안한 죽음’이었고, 가족의 배웅 속에서 안락사가 법으로 허용되는 스위스로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지난 10일, 그는 베토벤의 9번 교향곡 ‘환희의 송가’를 들으며 눈을 감았다.

우리는 신체가 건강한 사람에게, 그가 설령 백세의 노인일지라도, 스스로 생을 마감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건강을 현저하게 잃은 고령의 환자에게조차 권리의 인정에 인색해왔다. 10년 전 식물인간이 된 김할머니는 인공호흡기로 연명했고 할머니의 가족들은 치료의 중단을 위해 투쟁해야 했다. 대법원은 식물인간 상태인 고령의 김할머니를 인공호흡기로 치료하는 것에 대해, 질병의 호전을 포기한 상태의 단순한 현상 유지에 머무는 연명치료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행위로 보았다.

작년 8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이 시행됐다. 약칭으로 ‘연명의료결정법’, 매스컴은 이를 두고 ‘웰다잉(Well Dying)법’이라 칭한다. 이 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보호에 목적을 두고 있다. 중단될 수 있는 연명의료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등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 연장하는 것이다.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 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은, 연명의료결정에도 불구하고, 보류되거나 중단되어서는 안 된다.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권리는 제한적으로 인정됐다. 한편 구달은 자신의 침대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없었는데, 죽음을 적극적으로 선택할 권리 혹은 삶을 지속할 의무에 관한 가치형량은 우리에게도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그런데 법제 혹은 이념의 문제를 떠나 내가 목격한, 삶과 죽음을 위한 어떤 결정은 무거웠고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네 살배기 의뢰인이 연명의료결정법의 적용으로 지난 7일 결국 생을 마감했다. 인공호흡기를 뗀 후 수분 만에 영원히 잠이 들어버렸다고 한다.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어린 아들과 함께 멈춰버린 시간을 살던, 나의 또 다른 의뢰인은 이제 비로소 오늘과 내일을 살 수 있게 됐다.

 

홍지혜 변호사 (법무법인 제이앤씨)

미국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