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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청년시대

리걸테크 이야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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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디지털 정보사회에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메일을 활용하여 업무를 보고, 일상에서스마트폰을 통해 SNS로 소통하기도 하고, 결제 수단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인터넷이 안되는 업무환경과 와이파이 없는 스마트기기는 이제 상상할 수가 없다.

지난 4월 2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세계미래포럼 주최 미래경영콘서트에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5G로 열어가는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강연에서 유영민 장관은 "5G가 스마트공장·스마트물류·스마트에너지·스마트교통·헬스케어·안전보안·자율드론 등 다양한 분야와 접목해 세상을 크게 바꿀 것"이라며 5G 세계 첫 상용화를 통한 5G기술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4차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나타냈다.


5G는 4G보다 20배 이상 빠른 통신 속도, 0에 가까운 지연 속도를 갖는 정보통신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그동안 인류가 꿈꿔왔던 자율주행차량,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등을 현실화할 수 있는 도구로 기능하여 우리의 삶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모든 변화의 시작은 기술의 발전에서 비롯된다. 스마트폰부터 자율주행차량에 이르기까지 기술의 발전을 통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법률시장 역시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변호사 사무실을 떠올려 보자. 아마 많은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을 듯한 두꺼운 법령집과 각종 서류가 쌓여있는 책상을 연상할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 사무실의 책상에는 노트북, 태블릿PC 등 각종 전자기기가 대신하고 있고, 용어조차 낯선 리걸테크(Legaltech)가 자리잡아 가고 있다.

 

단어의 조합으로 예상할 수 있듯이 리걸테크(Legal-tech)는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결합이다. 법률과 관련된 업무를 지원하기 위해 개발된 정보통신기술을 가리키는데 단순히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떠올릴 수 있는 사무의 편리성이나 신속성은 리걸테크의 기초적인 모습에 불과하다.

초기 리걸테크는 법령·판례검색 등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을 지칭하였으나, 이른바 4차산업혁명의 시대에서의 리걸테크는 더 진보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는 모든 새로운 형태의 법률 서비스를 총칭하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되었다. 디지털포렌식(Digital Forensic)과 전자증거개시(E-Discovery)를 활용한 전자소송제도는 리걸테크의 대표적인 모습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기업간 M&A 과정에서는 클라우드 데이터 룸의 형태로서 VDR(Virtual Data Room)이 활용되기도 하며, 인공지능(AI) 변호사가 등장하면서 법률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BBC에 소개된 변호사 간의 대결은 정말 흥미롭다. 보험사건에 관하여 인간 변호사와 인공지능 변호사 간에 분쟁 조정 결과를 누가 더 정확히 예측하는지를 놓고 벌인 대결에서 ‘케이스 크런쳐 알파'라는 프로그램이 영국 굴지의 로펌 변호사 100명을 이긴 것이다. 이러한 인공지능 변호사 외에도 미국에서 개발된 AI ‘로스(ROSS)’는 초당 10억 페이지의 법률문서를 검토·분석하여 이용자의 질문에 대한 맞춤형 답변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또다른 AI ‘컴퍼스(Compas)’는 범죄사실과 범인의 구체적 신상정보를 통해 재범률을 분석해주며, 영국의 챗봇 ‘DoNotPay’는 주차위반 과태료에 대한 이의신청사건을 도와주는 리걸로봇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러한 리걸테크의 진화는 법률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따른 필연으로 볼 수 있다. 우선 공급의 측면에서 리걸테크가 법률서비스의 중심 이슈로 된 가장 큰 원인은 정보량이 폭증하였다는 점이다. 실례로 한 로펌의 고객 회사 서버 6대와 PC 6대의 서류를 전부 프린트하니 A4용지로 약 20만 장, 거의 2톤 트럭 2대 분량의 문서가 나왔다. 환경이 변화하고 법률 체계가 고도화되면서 다루어야 할 문건 등 법조인의 업무 부담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법률분야의 정보통신기술 적용에 따른 리걸테크의 등장은 당연한 과정이다.

또한 리걸테크가 더 큰 주목받게 된 이유는 현재 법률시장이 과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현재 변호사협회에 등록된 변호사 수는 2만 여 명에 달하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으나, 변호사 수를 조절하는 등의 미시적 대응으로는 법률시장이 직면하게 될 문제를 해소할 본질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른 측면으로 법률서비스의 차별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편, 법률 서비스의 수요 측면에서도 리걸테크가 해답이 될 수 있다. 법률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필요로 한 것은 일상생활에서 직면하는 생활법률에 관하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이었다. 인터넷 홈페이지와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생활법률 문제의 해결에 적합한 변호사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대중화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사건 해결에 필요한 법률과 판례를 효율적으로 검색하여 법률자문과 전략을 수립해주는 또다른 법률서비스 제공을 원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지난 2017년에 있었던 ‘비트코인(Bitcoin) 광풍'은 법률 서비스가 4차산업혁명 시대의 변화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다. 


가상화폐는 P2P(Peer to Peer)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활용한 금융 시스템으로서, 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거래가 가능함과 동시에 은행을 통한 고비용의 보안 시스템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는다. 블록체인 기술은 사람들로 하여금 기존 은행 시스템의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을 갖게끔 하였고, 이러한 금융업계의 변화는 특유의 폐쇄성과 보수적인 성향으로 인하여 정보통신기술의 도입과 활용에 소극적이었던 법조계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법률 서비스의 질적 향상, 기존의 법률 서비스가 익숙하지 않던 새로운 시장의 개척, 법률 소프트웨어 개발 등 고부가가치를 가진 주변산업의 발전, 금융산업을 비롯한 다른 분야와의 연계 등 여러 형태로 당면한 4차산업혁명에 따른 필연적인 변화를 법조계에서도 대체할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법제처를 중심으로 진행중인 인공지능 구축 프로젝트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리걸테크는 법률 시스템 변화의 중심이며, 이에 발맞춘 관심과 투자가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다.


150년 전 쇄국과 개항의 선택으로 조선과 일본의 국운을 가른 역사의 교훈을 통해 변화의 파도를 어떻게 탈 것인지 결단을 내릴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안진우 변호사 (법률사무소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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