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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프리즘

평양지방법원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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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판문점,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역사적인 날이다. 오랜기간 이별했던 가족이 상봉하는 기쁨처럼 남북정상은 서로를 포옹했다. 두 정상이 손을 맞잡고 분단의 경계선을 오고 가는 모습을 보며 통일을 향한 작은 발걸음을 보았다.

만남을 지켜보며 곧 다가올 통일시대에 넓어지는 변호사의 역할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했다. 평양시민으로부터 사건을 의뢰받은 나는 새벽녘 부산역에서 KTX를 타고 평양역에 도착할 것이다. 점심은 평양냉면을 먹고 싶다. 지하철을 타고 평양 법정 앞에 도착한 나는 평양에 거주하는 의뢰인과 마주하며 제출한 준비서면과 함께 향후 소송대응방안을 설명해 줄 것이다. 의뢰인은 남한기업에 취업했는데 부당해고 통보를 받고 이를 다투려 한다. 법정에 도착한 나는 평양지방법원 소속 판사를 적극적으로 설득할 것이다. 펼쳐 본 법전은 대부분 순수한 한글로 바뀌어져 있었다. 재판기일은 가능하면 금요일이면 좋겠다. 재판을 마친 후 평양지방변호사 소속 북한변호사와 만나 평양시내를 구경하고 옛 유적지를 관람하고 싶다. 그리고 기차를 타고 백두산을 들러 천지까지 오른 후 월요일에는 부산으로 복귀하련다.

꿈에서 깨어나 현실을 돌아본다. 가까운 앞날 평양시민의 소송을 수행하기에 앞서 현재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탈북민들의 법적권리는 제대로 보호되고 있는가. 내가 만나본 다수의 탈북민들의 경우 남한의 법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많았다. 예컨대 남한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무심코 내뱉는 욕설도 일상용어로 이해하여 비슷한 상황에서 똑같은 말을 한 탈북민은 모욕죄로 재판을 받았다. 계약서의 법적효력을 알지 못한 채 계약을 체결한 이들, 보증서에 무심코 날인한 이들, 그들은 남한의 법세계에서 이방인들이었다. 그들은 현재 북한의 평양지방법원에서는 법적 제재 대상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법의 무지는 용서받지 못한다고 했던가. 그러나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벌하지 않는다. 그러나 탈북민들에게 남한법률에 대한 설명과 안내 그리고 교육이 제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당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까. 내일 평양지방법원의 재판을 꿈꾸기 전 오늘 우리 법조계가 고민할 과제가 아니겠는가.

 

박상흠 변호사 (부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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