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나의 문화생활

[나의 문화생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를 보고

귀를 황홀케 하는 노래와 빼어난 연기력에 '탄성 절로'

142877.jpg

뮤지컬「맨 오브 라만차」는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지만, 소설의 이야기와는 조금 다르게 주인공인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라는 연극을 하는 극중극의 구조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세르반테스는 극작가이자, 시인이자, 배우이면서 세금징수원인데, 교회에 세금을 물리려다 신성모독죄로 감옥에 갇혀 종교재판을 앞두고 있다. 감옥에서 벌어진 죄수들의 재판에서 세르반테스는 허황된 이상주의자라는 자신의 죄목에 대해 자신이 쓰고 있던 대본으로 연극을 해서 자신을 변론해 보겠다고 한다. 세르반테스의 대본 속 주인공 알론조 키하나는 라만차에 사는 노인인데, 기사 이야기를 너무 많이 읽은 나머지 자기가 진짜 기사라고 믿는다. 시종 산초와 함께 길을 떠난 알론조는 나쁜 거인(이라고 쓰고 풍차라고 읽는다)을 만나 싸우기도 하고, 성(이라고 쓰고 여관이라고 읽는다)에서 만난 레이디(라고 쓰고 여관 여종이라고 읽는다) 둘시네아(그녀의 실제 이름은 알돈자이다)에게 레이디가 의례 자신의 기사에게 주는 손수건 한 장을 청하기도 하며, 그 성의 영주(라고 쓰고 여관주인이라고 읽는다)로부터 기사책봉을 받기 위해 철야기도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 세상은 노인의 이런 미친 짓을 계속 받아 주지 않는다. 알론조는 조카와 그 약혼자가 쓴 충격요법에 진짜 현실-자기가 기사가 아니라 그냥 힘없는 노인에 불과하다는-을 깨닫고 쓰러진다. 이렇게 연극은 미완성인 채로 끝날 뻔 했지만 아쉬워하는 죄수들에 의해 즉석에서 엔딩신이 만들어진다. 알론조가 못 다 부른 ‘이를 수 없는 꿈’은 죄수들이 마저 부르고, 이 노래를 뒤로한 채 세르반테스는 불공정하고 잔혹할 것이 너무나 뻔한 종교재판을 받으러 간다. 


미친 세상에서는 꿈을 꾸는 사람이 미친 것인가? 왜 그런 일을 하냐고 묻는 알돈자에게 알론조는 "이것이 기사의 임무니까요."라고 대답한다. 그리고 언제 들어도 좋은 그 노래, 이 노래를 부르는 남자가 안 멋져 보이기는 참 힘든 그 노래, 그래서 많은 가수와 성악가들이 사랑했던 그 노래, 이 한 곡만으로도 뮤지컬 한 편을 다 한 그 노래, ‘이룰 수 없는 꿈(The Impossible Dream)’을 부른다. 아무리 길이 험해도 이게 나의 가는 길이오. 희망조차 없고 멀어도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따를 것이오. 내가 이 길을 진실로 따라가면 죽음이 나를 덮쳐 와도 세상은 평화롭게 되고 밝게 빛나리라....


귀를 황홀하게 하는 이 멋진 노래 말고도, 배우는 미친 가창력과 연기력으로 청년 세르반테스와 노인 알론조의 목소리를 오가며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특히 알론조일 때의 구부정하게 굽힌 무릎과 흔들흔들하는 머리, 감당도 못하는 긴 랜스(마창)를 중심을 못 잡고 뒤로 넘어가면서도 꿋꿋하게 들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칠순 노인이라 웃음이 터진다. 무어인들의 유혹의 춤사위에 순진무구하게 대꾸하고, 이발사의 세숫대야를 황금투구라며 쟁취하려 하는 알론조 때문에 한참을 웃다가 알론조로 인해 자신의 가치를 찾아 가던 알돈자가 노새끌이들에게 당하는 험한 일에 마음이 몹시 무겁다가 다시 엔딩에서 희망을 찾다가 그러다 보면 진부하지만 묵직한 감동이 전해져온다. 막이 내리고 돌아가는 길 내내 마음이 따뜻하다.

 

이윤정 교수 (강원대 로스쿨)

 

미국변호사